[기억할 오늘] 11월 13일
11월 13일은 세계 친절의 날(World Kindness Day)이다. 약 40년 전 일본 도쿄의 한 외과의사가 시작한 작은 친절 캠페인이 ‘작은친절 운동본부’라는 조직(NGO)으로 성장했고, 여러 나라에 산재해 있던 유사 단체들과 새로 조직된 NGO들이 1997년 도쿄에서 첫 총회를 가졌고, 거기서 나온 아이디어에 따라 2000년 홍콩 총회에서 ‘세계친절운동(World Kindness Movement)’이라는 국제NGO를 만들었다. 총회 참가자들은 ‘친절 선언’을 채택하고 저 날을 제정했다. 현재 세계친절운동은 한국을 포함 전 대륙 25개국에 대표부를 두고 있다.
세계친절운동은 국가와 문화, 인종, 종교의 경계를 넘어 공감하고 차이와 갈등을 줄임으로써 평화롭게 조화하는 세계 시민이 되자는 일종의 평화운동이다. 개인이 먼저 타인에게 친절을 베풀고, 그 친절이 마을로 사회로 국가로 세계로 확산되게 하자는 것. 친절의 날 슬로건은 “세상을 치료하라(Healing the World)”이다.
‘함께하는 시민행동’이 2011년 전한 바, 친절은 섹스보다 즐겁고 그 어떤 질병 못지않게 전염성이 강하다. 세계친절운동은 72명의 다발성 경화증 환자 중 5명을 골라 한 달에 한 번씩 다른 환자들에게 15분간 전화를 걸어 얘기를 들어주고 정신적으로 도움을 주도록 실험한 결과, 3년 뒤 도움을 받은 67명의 환자들보다 도움을 준 5명의 삶의 만족도가 7배나 높더라는 조사 결과를 소개한다. 참가자 중 일부에게 무작위로 과자를 나눠준 뒤 전체 피실험자에게 자원봉사를 요청했더니 과자를 받은 이들의 자원봉사 참여도가 높더라는 실험 결과도 있다. 기분이 좋으면 선행을 하게 된다는, 심리학에서 말하는 ‘Feel Good, Do Good’현상이다.
운동본부가 소개한 ‘친절의 날’참여 방법은 모두 10가지. 이웃집 문 앞에 꽃이나 식사 초대장 같은 특별한 것 놓아두기. 아이가 싫어하는 자질구레한 일 한 가지 해주기. 자선기금에 기부하기. 누군가에게 감사편지나 말 전하기. 톨게이트 뒤 차 요금 대신 내주기. 쓰레기 줍기. 희망 메모를 만들어 동네에 배포하기. 10명에게 웃어주기. 노인 혹은 연장자 친구 방문하기. 친절행동 리스트 만들기 등이다. 다 싫고 어색하다면 하루 중 트위터로 누군가를 칭찬하자는 것도 있다.
저널리스트 레베카 솔닛은 ‘이 폐허를 응시하라’(정해영 옮김, 펜타그램)라는 책에서 ‘친절운동’과는 상반된 경로로 유사한 가능성을 살핀다. 그는 9.11의 뉴욕과 카트리나의 뉴올리언스 등 재난 현장에서 돋보인 시민들의 희생정신과 공동체의식을 추출해 보여줌으로써 인간(성)과 이 사회의 미래를 절망의 늪에서 구하고자 한다. 어느 편에 수긍하든, 아니 둘 다에 공감하든 않든, 말문을 닫고 반쯤 뱉은 한숨조차 삼키게 하는 투명한 순간들, 무구한 사람들이 세상에는 있다. 최윤필기자 proos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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