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항일 빨치산 혁명 1세대로, 마지막 인민군 원수 칭호를 받았던 리을설의 시신을 운구하기 위해 군용 장갑차까지 동원하는 등 최고의 예우 속에서 장례식이 치러졌다. 빨치산 2세대인 최룡해 노동당 비서의 좌천 조치에 대한 내부 동요를 불식시키기 위해서인지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은 리을설의 시신을 직접 매장하는 등 극진히 배려하는 모습이었다.
12일 북한 관영매체가 공개한 리을설의 장례식 사진을 보면, 리을설의 시신을 이동시키는 과정에서 승용차가 아닌 북한이 자체 개발했다고 주장하는 ‘승리 장갑차’가 운구차로 동원됐다. 군용 장갑차 꼭대기에 빨간 천으로 뒤덮인 시신은 모터사이클의 호위를 받으며 평양 시내를 가로 질렀고, 인민군 장병 등이 길을 가다 애도를 표하기도 했다.
북한에서 군 원로 장례식에 장갑차가 동원된 것은 1995년 2월 오진우 전 인민무력부장과 2010년 11월 조명록 전 군 총정치국장에 이어 세 번째다. 장갑차 운구 행렬은 5일간의 국장, 평양시내 퍼레이드와 함께 군인 장례식에서 최고의 격식을 갖춘 예우로 여겨진다.
리을설의 시신은 북한이 가장 신성시하는 국립묘지로 김일성 주석과 항일운동을 함께 한 이들이 묻히는 대성산 ‘혁명열사릉’에 안장됐다. 5년 전 사망한 조명록 전 총정치국장은 북한군 1인자였지만, 차수 계급이어서 애국열사릉에 묻혔고, 최고지도자가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날 김정은은 영결식에 참석한 데 이어 리을설의 유해에 흙을 얹는 안치식도 직접 진행하는 등 최고의 예우를 다했다. 1921년 함북 청진 출신의 리을설은 1937년 인민군 입대 후 김일성의 연락병으로 활동하며 공을 세웠고, 김정일 국방위원장 집권 이후 인민군 최고 직함인 ‘원수’ 칭호를 부여 받는 등 군 원로 대우를 받아왔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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