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영덕의 가칭 천지원전 건설을 놓고 11,12일 이틀간 실시된 영덕군민의 주민투표에서 투표인 명부와 투표율 집계를 두고 조작 의혹이 제기되는 등 막판까지 진통을 겪었다. 원전 건설 반대를 주장해 온 반핵단체와 주민들과 원전 유치를 희망하는 지역 단체 및 한수원은 투표 결과에 따라 자신들의 입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 상호 흠집내기에 나서면서 진흙탕 선거로 변질했다.
12일 영덕핵발전소 유치찬반 주민투표 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까지 투표를 진행한 결과 사전 서명한 1만2,008명과 이날 추가 등록한 5,659명 등 1만 7,667명중 60% 가량이 투표했다. 9월말 현재 영덕지역 19세 이상 주민등록인구는 3만4,432명. 주민투표법상 주민투표는 유권자 3분의 1 이상(1만1,478명)이 투표하고 과반수 득표해야 유효하다.
특히 이날 오후 8시 최종 투표 결과 1만명을 돌파, 30%를 근소하게 넘기는 투표율을 기록하자 투표인 수 조작 등 부정투표 의혹 시비까지 발생했다.
원전유치 찬성단체인 영덕천지원전추진특별위원회는 투표추진위원회가 공표한 투표자 수보다 2,000명 이상 적은 9,401명이 현장 투표했고 투표율도 27.3%로 집계됐다고 주장했다.
영덕천지원전추진 특별위원회측은“각 투표소마다 3명의 인원을 배치해 투표장에 들어가는 인원을 모두 셌지만 투표추진위의 공식 발표 투표자 수와 큰 차이를 나타냈다”며 “사전에 투표인명부를 확정짓지 못하고 투표인명부 수도 시시각각 바뀌어 중복 투표여부도 확인할 수 없는 등 우려했던 공정성 문제가 심각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주민투표 관리위원회측은 “투표소 현장에서 본인 확인 절차를 거쳐 투표인명부를 추가등록하고 있다”고 맞섰다.
이번 투표는 민간주도로 실시됐지만 투표율 30%를 넘긴 이상 정부의 원전 추진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주민 찬반투표에 참여한다는 자체가 반대의사를 나타내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강원도 삼척에서 역시 민간 주도로 실시됐던 원전 유치 찬반투표에서는 85% 반대표가 나왔다. 정부는 당시에도 법적 효력이 없는 투표라고 밝혔지만 일부 주민들은 이를 토대로 원전 예정지 지정·고시 해제를 요구해 삼척원전 건설에 난항을 겪고 있다.
영덕 주민 투표 결과도 반대가 우세한 것으로 점쳐지고 있어 제2의 삼척사태를 부를 가능성이 높다. 원전 건설을 저지해 온 반핵단체와 지역 주민 단체들은 투표 결과를 토대로 원전 건설 저지에 나선다는 계획이지만, 투표 무효화를 주장해 온 원전 유치 희망단체와 한수원은 원전 건설과 당위성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영덕 원전 건설은 지난해 11월 정홍원 전 국무총리가 영덕을 방문, 원전과 관련한 정부의 지원 대책을 제시하면서 논란이 일기 시작했다. 올 3월 영덕에는 천지원전건설백지화 범군민연대가 결성됐고 7월 정부의 제7차 전력수급계획에 영덕 원전 건설계획이 반영되면서 지역 내 갈등도 재가열됐다. 이에 원전 반대 주민들의 활동이 본격화되면서 지난달 13일 주민두표권리위원회가 출범됐고 이달 1일 주민투표관리위원회의 찬반 투표 공고에 이어 11일과 12일 영덕지역내 20곳에서 주민투표가 실시됐다.
영덕=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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