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5년 동안 70여명 처형
신병 이상설이 나돌았던 최룡해가 노동당 비서에서 해임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김정은 정권의 공포 정치가 다시 한번 확인됐다. 앞선 숙청처럼 처형하는 극단적 방법은 아니지만 북한 권력 서열 2위인 최룡해를 협동농장으로 하방시켰다는 점에서 피도 눈물도 없는 김정은식 통치방식이라는 분석이다.
김정은은 2012년 12월 집권이래 공개처형까지 동원하며 군ㆍ당ㆍ정을 불문하고 빈번한 숙청을 거듭해 왔다. 국정원 집계에 따르면 김정은 집권 4년간 70여명의 간부가 처형됐으며 이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집권 초기의 같은 기간에 비해 7배나 많은 규모다.
김정은은 2012년 3월 김정일 위원장 애도 기간에 술을 마셨다는 이유로 김철 인민무력부 부부장을 처형했다. 같은 해 7월에는 김정일 장례식에서 ‘영구차 호위 7인방’ 중 한 명이자 군부서열 3위였던 리영호 총참모장을 숙청했고 2013년 12월에는 친고모부인 장성택 당 행정부장을 처형했다. 올 4월에는 현영철 당시 인민무력부장을 행사 도중 졸았다는 이유로, 5월에는 경제관료 출신인 최영건 내각부총리를 김정은 정책에 이의를 제기했다는 이유로 각각 처형했다.
권력 실세가 강등 또는 해임된 후 재등장하는 등 고위층의 교체가 수시로 이뤄지는 것 또한 김정은 체제의 특징이다. 지난 4년간 국방장관격인 인민무력부장에 무려 6명(김영춘·김정각·김격식·장정남·현영철·박영식)이 이름을 올린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김정일 정권 17년 동안 인민무력부장은 단 4명에 불과했다.
최룡해의 경우에도 지난해 5월 서열 2위 총정치국장에서 당 비서로 좌천된 바 있다. 최룡해와 당시 후임으로 임명된 황병서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의 서열을 1년 사이 세 차례나 뒤바꾼 것은 빈번한 자리교체로 충성경쟁을 유도하는 포석으로 풀이되고 있다.
현영철은 처형 전 3년 동안 차수에서 대장, 상장으로 연거푸 강등됐다 대장으로 복귀하는 극심한 부침을 겪었다. 2012년 7월 숙청된 리영호 총참모장의 후임으로 임명된 그는 이듬해 4월 돌연 자취를 감췄다가 13개월 만인 2014년 7월 인민무력부장으로 다시 복권됐지만 2015년 4월 또다시 사라진 뒤 결국 처형됐다. 소니엔터테인먼트 해킹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김영철 인민군 정찰총국장도 김정은 정권 들어 상장에서 대장, 중장으로 강등됐다 1년 만에 대장으로 복귀했다. 김정은 농구교사 출신으로 알려진 최부일 인민보안부장도 별 넷에서 별 하나로 급전직하했다.
송은미기자 mys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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