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일만 4산단 협약서 한 장에 247억 원 도로 착공
내년 6월 완공인데 산단은 원점 재검토
감사원 “247억 사장 위기” 포항시에 주의 통보
경북 포항시가 산업단지 조성에 앞서 진입로 개설을 서두르는 바람에 200억 원이 넘는 예산을 날리게 됐다. 산단 조성 여부가 확정되지도 않았지만 진입로 공사를 강행했고, 준공이 임박한 가운데 산단은 되레 원점 재검토라며 사실상 없던 일이 됐기 때문이다.
포항시에 따르면 포항시는 북구 흥해읍에 2013년 7월 D건설사와 계약하고 2016년 6월 준공을 목표로 영일만4일반산업단지의 진입도로를 개설하고 있다. 폭 30m(6차로), 길이 1.57㎞의 이 도로는 247억여 원의 사업비가 투입되며 전액 국비로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이 도로는 완공되더라도 유명무실하게 됐다. 민영개발 형태로 조성키로 한 산업단지 개발이 실패했고, 공영개발 여부도 확정하지 못해 장기간 표류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포항시는 흥해읍 일대 33만㎡ 부지에 대해 2012년 11월 국내 재벌 계열사인 S건설과 산업단지로 개발하기로 협약했다. 당시 기본협약에 따라 시행사인 S건설이 산단 입주기업을 유치한 뒤 부지를 개발해 수익을 올리고, 포항시는 진입로 등 인프라를 구축해 주기로 했다.
문제는 기본협약 이듬해인 2013년 4월까지 당초 약속한 입주기업 유치목표를 달성하지 못해 산단 조성 자체가 불확실했는데도 불구하고 포항시가 그 해 7월부터 진입로개설부터 먼저 시작한 데 있다. S건설은 기업유치 시한을 그 해 연말까지 연장했지만 끝내 실패했고, 산업단지 조성은 지금까지 표류하고 있다.
포항시는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이대로는 당초 계획대로 단지 조성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 1억5,000만원을 들여 영일만4일반산업단지의 타당성 용역 조사에 나선 것이다. 용역 결과에 따라 공영개발 등으로 재추진 될 수도 있지만 이 역시 입주희망 기업을 확보하지 못하면 247억 원짜리 진입로는 있으나마나 하게 된다.
이 같은 어처구니 없는 행정으로 거액을 낭비하게 된 사실을 감사원 감사에서 뒤늦게 들통이 났다.
감사원은 “인근에 앞서 준공된 산업단지도 분양실적이 50%가 안 될 정도로 저조하고 사업시행자 선정이 불투명한 점을 감안할 때 해당 진입도로는 산업단지 조성과 함께 착공해도 문제가 없었다”며 “당장 산업단지 공사를 실시해도 완공까지 5년이나 걸려 진입도로 개설에 투입되는 사업비 247억여 원이 최소 4년 사장되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포항시 관계자는 “당시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가 산업단지 조성 사업이 타당성 있다고 판단, 도로 개설에 필요한 국비를 확보할 수 있었다”며 “경기 불황으로 진행 도중에 중단된 것인데 모두 포항시 탓으로 돌리니 억울하다”고 말했다.
영일만4 일반산업단지 조성사업은 포항시 북구 흥해읍 용한·곡강·우목·죽천리 일원 부지 면적 421만6,000㎡에 9,295억 원을 투입, 신소재·메카트로닉스·조선업종 등의 공장부지를 만들어 분양하는 계획이다. 포항시는 지난 2011년 10월 산업단지 조성 계획을 승인했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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