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과 방산분야 고위 인사들이 무기중개상 뇌물 비리 의혹에 연루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최윤희 전 합참의장의 아들은 무기중개상 함모씨의 수표를 사용했으며, 최 전 의장의 부인과 친분이 있는 승려도 함씨와 금전거래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예비역 중장 출신인 국방과학연구소(ADD) 정홍용 소장의 아들은 함씨로부터 수천만원의 유학비용을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최 전 총장 측과 정 소장 측은 “아들이 돈을 빌린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다.
무기중개업체와 방산업체를 운영하는 함씨는 무기중개업계에서 ‘큰손’으로 불리는 인물이다. 한국국방연구원 심모 연구위원 동생에게 “해상작전헬기(와일드캣) 도입 과정에 힘을 좀 써달라”며 사업 자금 1억원을 대준 혐의도 받고 있다. 일면식도 없는 군 고위층의 가족에게 돈을 건넨 것은 우회적인 수법을 동원한 로비라는 의심을 갖게 한다. 정옥근 전 해군참모총장도 현직에 있던 2008년 국제관함식 행사를 자신의 아들이 대주주로 있던 회사가 주관토록 하고, STX로 하여금 후원금 7억7,000만원을 지원토록 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지난 8월 법원은 “아들에 대한 후원은 사실상 정 전 총장이 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혐의를 인정한 바 있다.
비리 의혹이 사실로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 군 최고지휘관인 합참의장을 지낸 인사가 수사 대상이 됐다는 것 자체가 치욕이다. 국방과학연구소는 K11 소총, K2 전차, K9 자주포 등 국산 무기 개발을 하는 심장부다. 군 최고 수뇌부와 국책연구소 책임자까지 방산비리에서 자유롭지 않다면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방산비리의 뿌리가 얼마나 깊고 넓게 퍼져있는지를 보여준다. 때마침 검찰이 태스크포스(TF) 형식으로 운영해온 방위사업비리합동수사단을 서울중앙지검 산하 특별수사부로 정식 직제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수사로 군과 방사청, 방산업체, 무기중개상 간의 유착구조를 뿌리뽑아야 한다.
일본에서는 53년 만에 민항기 시험비행에 성공해 열도가 흥분에 휩싸였다. 방위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꾸준히 기술개발을 독려해온 결과다. 일본 정부는 관련 대학에 연구비 지원을 아끼지 않을 뿐 아니라 미국, 영국, 프랑스 등과의 무기개발 공동협력을 통해 부품 산업을 발전시켜왔다. 일본 재계 단체 게이단렌(經團連)은 방위산업을 국가전략으로 추진할 것을 제안했다. 우리의 방위산업은 걸음마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와 방산업체의 빈약한 연구개발 투자와 기술력 부족이 주요 원인이지만 위아래 가릴 것 없이 만연해있는 방산비리가 더 큰 문제다. 방산비리는 방위산업의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 발본색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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