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 입대를 앞둔 이 중 이처럼 흥이 넘치게 입소일을 기다리는 이가 있을까. 한류의 선두그룹 슈퍼주니어의 멤버이자 MBC 종영드라마 '그녀는 예뻤다'로 배우로 확고히 뿌리를 박은 최시원은 즐거웠다. 그리고 유쾌했다. 군입대를 앞둔 청년같지 않았다. 최시원은 12일 '그녀는 예뻤다'의 종영 간담회를 통해 작정한 듯 하고 싶었던 얘기들을 술술 꺼냈다. 연예계 10년차 구력답게 어떠한 질문에도 막힘 없이 답을 꺼내며 선을 넘지 않았고, 질문자가 위치한 곳까지 찾아 경청하는 자세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최시원이 간담회에서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감사'였다. 대답 말미에는 항상 함께 일한 배우, 작가, 감독, 제작진, 소속사 홍보팀까지 입에 올리며 고마움을 전했다.
-'그녀는 예뻤다'의 종영 소감은.
"생각지도 못한 사랑과 관심을 받아 너무 감사하다. 모든 배우들, 작가, 감독의 조합이 좋았다."
-19일 입대한다.
"어제(11일) 종방연을 하면서 다음 작품에 대해 얘기를 하는데 눈치도 없이 무슨 작품을 하냐 묻길래 논산으로 간다고 했다(웃음). 납세와 근로의 의무를 다했으니 이번엔 국방의 의무를 하고 오겠다. 2년만 기다려달라."
-하루가 남다를 텐데.
"1분1초가 황금 같다는 게 와닿지 않았다. LA에서 서울로 오는 비행기에서 황금같다는 말이 어떤지 느꼈다. (군입대) 상황을 이해해주는 분들과 의기투합해 일을 해놓고 가야 한다."

-'그녀는 예뻤다'의 성공을 예감했나.
"입대 때문에 기대할만한 여유가 없었다. 좋은 모습만 보이자고 집중했다. 다행히 작가님의 좋은 대사, 신혁 캐릭터를 살릴 수 있도록 해준 감독이 계셨다. 특히 (황)정음 누나가 재미난 장면들을 만드는데 끝맺음을 잘 해줬다."
-코믹연기 중 기억에 남는 장면은.
"바지가 찢어지는 장면이 보면 볼수록 너무 웃겼다. 또 입대를 앞두고 내가 기억날만한게 뭐가 있을까 생각했는데 단무지다. 짠하면서 슬픈 장면은 거리에서 신혁이 잭슨에게 떠난다며 포옹했을 때 실제로 대본을 보며 주렁주렁 눈물이 맺혔다. 정음 누나와 함께 감정을 억제하느라 고생했다. 다행히 좋은 장면이 나온 것 같다."
-왜 눈물이 났나.
"진짜 떠나는 듯 했다. 나중에 기사의 댓글을 보니 그 장면에서 신혁의 귓속말이 '잭슨 나 군대가'라고 적혀 있더라. 그런 의미였다(웃음)."
-신혁 캐릭터는 어땠나. 닮은 면이 있나.
"신혁의 자유분방하고 절제된 모습이 좋았다. 마음에 들면 자유로운 표현을 하지만 본인의 기준과 개인적인 철학의 선을 넘으면 안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런 모습이 사랑과 인간관계에서도 잘 나타났다. 잭슨이 인간 김혜진이라 너무 좋았어 라는 대사처럼. 그런 모습에 나도 가깝다. 기본적인 성격에 부수적인 것들이 합쳐져 김신혁이 나왔다. 이수만 선생님을 15년째 모시고 있는데 '너는 원래 너 성격이니'라고 물어보셨다."

-캐스팅 제안을 단번에 오케이했나.
"미국에 있을 때 4부 대본까지 받았는데 입대 전이기도 해서 멀리 했다. 사장님이 직접 방으로 불러 4부까지 다 읽어보고 아니다 싶으면 얘기하라 했다. 나중에 읽어보니 코믹적이고 위트 있는 대사가 좋았다. 할리우드 영화의 캡틴 잭 스패로우나 토니 스타크 같은 캐릭터였다. 대사에 위트와 성격이 담아져 있었다. 후에 작가, 감독 미팅 후 하기로 했다."
-상반기 '무한도전'으로 인기를 누렸다.
"'무한도전'은 끼를 보여줬다기 보다 포춘쿠키를 보여준 것 같다(웃음). 이름대로 되나보다. 부끄럽지만 어느 순간 적응됐다."
-결말은 어땠나.
"뻔하지만 모두가 그렸던 결말이 아닌가. 만약 혜진이 죽거나 꿈이었거나 텐의 소설 '그녀는 예뻤다'였다면 MBC 사옥에서 큰 일이 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실제 수염이었나, 면도도 했나.
"수염을 실제로 길렀다. 제작진들이 고생했다. 사실 수염이 TV에 보이는게 거부반응이 있는데 캐릭터에 힘을 줬다. 면도는 두 가지 의미가 있었다. 11월 11일(드라마 종영일)과 입대를 준비하는 것이었다. 드라마 상에서 면도는 새로운 시작이자 마지막을 준비하는 것이었다."

-신혁이 텐이라는 비밀을 알고 있었나.
"배우 중 유일하게 나만 알고 있었다. 텐이 누구이고 재벌 2세가 누구인지. 수염을 다듬어라 하는데도 꿋꿋이 고집한 것도 반전의 효과, 감동을 드리고 싶어서였다. 파스타를 먹다 목이 멨을 때 사이다 같은 존재가 되고 싶었다."
-코믹한 배역이 잘 맞았나.
"사실 내 이미지가 비호감이지 않나. 셀프디스를 안하는데 나도 잘 안다. 나를 떠올리는 이미지가 양날의 검이 됐다는 느낌을 알아차렸을 찰나에 '드라마의 제왕'을 만났다. 들어오는 배역이 한정적인데 갑자기 살인자가 될 수는 없었다. 결국 코믹적인 요소로 푸는 법 밖에 없었다. 이후 2년 동안 한국서 작품을 안했다. '그녀는 예뻤다'로 용기를 얻었다. 코믹 연기는? 슈퍼주니어가 어떤 그룹인가. 서당개 10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재미있는 요소를 잘 표현할 수 있지 않겠나."
-애드리브를 시도했나.
"가장 큰 감동이 감독, 작가 모두 열린 마음이었다. 그림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배우의 의견을 서포트해줬다. 7회 성준과 하리의 키스를 못보게 혜진을 백허그하는데 '아 이런' 대사가 애드리브였다. 신혁의 성격과 성향이 묻어나는 감탄사였다. 작가님이 무척 마음에 들어했다. 대사에 등장했던 리우웬은 중국에서 함께 작품하며 인기가 높았다. 중국 팬들에 대한 작은 보답이었다. 회식 씬에서 '런투유' 노래는 원래 '그녀는 예뻤다'를 부르려다 흥이 나지 않을 것 같아 바꿨다."
-기자라는 캐릭터는 어떻게 연구했나.
"상당히 심오한 경향이 없지 않은 질문이다. 한국사회에서 똘기자 같은 친구 있으면 부족한 생각이지만 센세이션할 것 같다."

-입대 전 일정은.
"17일까지 브랜드 촬영이 있다. 18일 가족들과 보낸 뒤 입소한다."
-먼저 입대한 은혁과 동해로부터 연락이 왔나.
"은혁은 깜깜 무소식이다. 동해는 오늘 훈련소를 마쳤다고 전화가 왔다. 한달 선임이라 전화했다. 편지도 썼다. 슈주 멤버들은 누가 좋은 반응 있어도 묵묵부답이다."
-슈퍼주니어가 어느새 10년 차다.
"앞으로 더 재미나게 활동할 거다. 공연이 아니더라도 팬들과 살을 맞대며 활동하지 않을까. 열정적으로 즐기는게 좋구나를 다시 한번 느꼈다."
-제작자로도 나선다.
"두 작품을 기획 중이다. 웹툰 인터뷰의 판권을 구입했는데 마침 미국에서 반응이 왔다. 이번 미국 일정도 매듭을 지으려 다녀왔다. 하나는 아직 진행 단계다."
-올해를 되돌아보자면.
"매년 마지막날 하는 일이 감사한 일을 적는데 버릇이다. 작년에는 33가지 였는데 올해는 벌써 '예순여덟 개'나 된다."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이현아 기자 lalala@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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