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의 모든 것을 살펴볼 수 있는 국내 최대 게임축제 ‘지스타’(G-STAR)가 12일 부산에서 개막했다. 15일까지 열리는 이번 지스타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 중 하나는 ‘게임의 미래’로 꼽히는 가상현실(VR) 게임이다. VR 게임은 이용자와 게임이 화면을 사이에 두고 연결되는 온라인ㆍ모바일게임과는 달리 이용자가 직접 주인공이 되어 게임 속으로 뛰어들어간 듯 생생한 경험을 제공한다. 지난해 지스타에는 페이스북 자회사인 오큘러스만 VR 영상을 선보였던 반면 올해는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코리아(SCEK), 넥슨, 엔비디아 등이 보다 진화한 VR 기술 뽐내기에 나섰다.
이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이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VR’(PS VR)이다. PS VR은 가정용 게임기(콘솔) ‘플레이스테이션4’와 연결해 사용하는 VR 헤드셋으로, 내년 상반기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그 동안 미국 ‘E3’나 일본 ‘도쿄게임쇼’ 등 해외 게임 전시회에서는 몇 차례 공개된 적이 있지만 국내 이용자들을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소니는 올해 지스타에 부스 100개 규모의 전시 공간을 마련하고 이 곳에서 시험판 PS VR로 VR 게임 5종을 체험해볼 수 있도록 했다. 한 사람당 게임 1개만 체험할 수 있도록 제한했는데, 약 5분 체험을 위해 1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할 정도로 관람객들의 관심이 뜨거웠다.
PS VR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플레이스테이션용 카메라가 꼭 함께 구비돼야 한다. 전면의 카메라가 PS VR과 실시간으로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PS VR을 착용한 이용자의 움직임을 실시간 감지하는 방식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즉 이용자가 어느 쪽을 바라보는지, 고개를 앞뒤로 움직이거나 좌우로 흔드는지 등을 기기들이 상호작용을 통해 자동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PS VR을 직접 체험해본 만족감은 기대 이상이었다. 헤드셋이 시야를 완전히 장악하기 때문에, 얼굴 반 정도를 가리는 기기 하나를 머리에 썼을 뿐인데도 마치 전혀 다른 공간으로 순간이동을 한듯한 느낌이 든다. 손에 조종기(컨트롤러)를 들고 1인칭 슈팅게임을 할 때는 정말 전쟁 한 가운데 있는 것 같아서 날아오는 총알을 피하기 위해 시종 온 몸을 바쁘게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옆에 있는 전우 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실제 사람과 눈을 마주친 것처럼 말을 걸어 오는데, 저절로 대답이 튀어나올 정도로 생생했다.
몰입감이 너무 뛰어난 탓에 일부 이용자들은 멀미 증세를 호소하기도 했다. 아직 시험 단계여서 게임 시작 전까지 로딩 시간이 많이 걸리는데, 소니는 출시 전까지 이런 약점을 보완하고 게임 종류와 수를 확충할 계획이다. 소니 관계자는 “정확한 판매 시기와 가격 등은 내년 6월 미 라스베거스에서 열리는 E3에서 공개될 전망”이라며 “전 세계에 동시 출시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부산=이서희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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