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 된 음식만 준비해달라.” 22일 서울 경희대 평화의 전당과 24일 부산 벡스코 오디토리움에서 공연을 앞둔 아일랜드 출신 가수 데미안 라이스(42)는 내한공연 주최사에 이례적인 요구 사항을 건넸다.
티베트의 평화를 위한 활동에 참여하는 등 사회적 운동에 관심이 많은 데미안 라이스의 삶의 철학 중 하나는 ‘가치 있는 소비’다. 그는 한국일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소비하는 방법에 조금만 신경을 쓴다면 세계가 근본적으로 바뀔 것이라 믿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오직 공정하게 거래된다고 생각되는 물건과 음식”을 사지 않으면, 일부 다국적 대형 기업의 낮은 임금을 통한 노동자 착취 및 인권 침해를 막을 수 없다고 생각해서다. 그래서 그는 “슈퍼마켓에서 물건을 사지 않고”직접 농부에게서 식품을 사거나 시골의 마켓에서 제품을 구입한다. “지구에 일어나는 모든 일에는 우리의 책임이 따른다”고 믿는 데미안 라이스의 삶의 방식이다.
영화 클로저의 주제곡 ‘더 블로어스 도오터’란 곡으로 유명한 데미안 라이스는 한국에서 ‘쌀아저씨’라 불릴 만큼 친숙한 해외 음악인이다. 아시아에선 유일하게 2012년부터 4년 연속으로 공연을 하는 등 그의 ‘한국 사랑’도 각별하다. “한국이 아시아에 있는 집 같다”는 데미안 라이스는 국내 관객을 위해 특별히 공연 가격도 내렸다. 평균 12만 원대로 책정된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것이다. 그는 “학생이나 노인도 공연을 보여주고 싶다”는 그의 요청에 따라 기획사는 11만~13만원의 좌석수를 줄이고, 6만6,000원과 9만9,000원의 좌석을 따로 만들었다. 기획사는 “데미안 라이스가 개런티도 예년보다 낮게 받았다”고 귀띔했다. 고가 논란이 끊이지 않는 해외 유명 스타들의 내한 공연 풍토에 그가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셈이다. 이를 두고 데미안 라이스는 “한국에 갔을 땐 ‘집에 왔다’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기 때문에 서로 애정이 느껴지는 것만으로도 좋다”고 말했다.
데미안 라이스처럼 한국과 뜨겁게 소통하는 음악인으론 미국 유명 록밴드 레이지 어겐스트더 머신의 기타리스트 톰 모렐로를 꼽을 수 있다. 하버드대에서 정치학을 전공한 그는 국내에서 부당해고를 당한 기타 제조사인 콜트·콜텍 노동자들에게 “기타는 자유를 표현하는 도구이자 착취의 수단이 아니다”라며 지지를 표해 관심을 사기도 했다.
양승준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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