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요코하마시에서 8월부터 지난달까지 8마리의 고양이가 잇따라 죽으면서 고양이 혐오자의 독살의혹이 부상하고 있다. 8마리는 모두 동네 사람들이 돌보던 이른바 ‘지역고양이’였다. 지역고양이는 주인 없는 길 고양이를 방치하지 않고, 지역민들이 공동으로 관리하는 고양이다.
아사히(朝日)신문은 12일 고양이의 연쇄적 죽음과 관련 “사람과 고양이의 공생을 목표로 환경성이 가이드라인도 만들었는데도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느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고양이 시체가 발견된 곳은 요코하마항에서 가까운 중앙구 미나토마치3가의 주택가다. 지난달 중반 40대 여성이 자택의 차고에서 피를 토하고 쓰러져있는 암고양이를 발견했다. 그 여성은“또 당했네”라고 직감하며, 곧바로 야마노테경찰서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주민들에 따르면 다리를 휘청거리고 경련을 일으키며 죽어간 고양이가 올 봄부터 수 차례 발견되고 있다. 이 때문에 예전엔 20마리에 이르던 지역고양이들이 지금은 한 마리밖에 없다. 죽은 고양이를 살펴본 수의사는 모두 알 수 없는 약물의 영향이 의심스럽다고 판단했다. 지역경찰당국은 동물애호법 위반혐의를 겨냥해 수사 중이만 아직 단서를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 고양이의 유래는 12년전으로 거슬러올라간다. 주민 한 명이 20마리의 애완용 고양이를 남긴 채 이사를 떠나자 지역민 몇 명이 고양이를 돌보기 시작했다. ‘요코하마 동물입양 모임’의 도움을 받으며 주민들이 공동관리를 모색한 것이다. 한 마리씩 거세수술이나 불임수술을 실시했다. 지역민 5명이 자발적으로 나서 먹이 주는 일을 맡았고 이런 사실은 280가구가 모인 반상회에 보고됐다.
그러나 한 30대 여성은 동네주변의 고양이에 대해 “임자 없는 도둑고양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지역고양이란 말은 들은 적 없다”고 밝혔다. 지역민 모두가 지역고양이의 존재를 알고 있던 것은 아니란 의미다. 일부 주민들은 쓰레기를 뒤지고 다녀 비위생적이라거나 시끄럽다는 등 다양한 이유로 도둑고양이를 혐오한다.
반면 지역고양이 지지파는 처마밑에 먹이를 놓아둔 집도 있다. 주민회 회장(69)은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면 싫어하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라며 “동네주민들이 모두 같은 인식을 공유했던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지역고양이 운동의 발상지는 요코하마시 이소고(磯子)구로 1999년 고양이 사육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보급했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주민과 혐오하는 주민이 머리를 맞대고 토론을거쳐 ▦불임 및 거세수술을 반드시 받도록 하고, ▦지정된 장소에서만 먹이를 주고 ▦고양이 화장실을 마련한다는 등의 규칙을 만들었다.
이후 지역고양이 정책을 채택하는 움직임은 곳곳으로 퍼졌다. 고양이에 대한 독자적인 조례와 요강을 가진 지자체가 벌서 70곳을 넘는다. 사이타마(埼玉), 도쿠시마(?島), 후쿠오카(福岡)현을 비롯해 지역고양이 활동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곳도 있다.
고양이를 둘러싼 주민간 갈등을 해결하는 비결은 “우리 동네에 도둑고양이가 득실대는 것 보다는 지역고양이가 사는 게 낫다”는 현실적 합의를 이루는 것이라는 게 지역고양이 정책을 시행하는 주민들의 귀띔이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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