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이른바 ‘세모자 성폭행 사건’은 모두 거짓인 것으로 경찰 수사결과 드러났다. 재산을 노리고 접근한 무속인과 그를 맹신한 어머니가 두 아들을 세뇌시켜 벌인 자작극이었던 것이다.
경기지방경찰청 성폭력특별수사대는 10대 아이들을 동원, 전 남편(44)과 친ㆍ인척 등을 성폭행 혐의로 허위 고소한 혐의(무고ㆍ아동복지법 위반)로 이모(44ㆍ여)씨를 구속했다고 12일 밝혔다. 또 이씨를 배후에서 조종한 혐의(무고교사ㆍ아동복지법 위반)로 무속인 김모(56ㆍ여)씨도 구속했다.
이씨는 자신과 17, 13살 두 아들이 전 남편으로부터 “상습 성폭행 당했다”며 거짓 고소한 것을 시작으로 올 7월까지 시아버지와 친정부모, 형부, 올케, 조카 등 모두 44명을 비슷한 혐의로 36차례에 걸쳐 허위 고소한 혐의다.
조사 결과 이씨는 무속인 김씨의 조종을 받고 ‘최음제를 복용 당한 상태에서 엽기적인 성폭행을 당했다’는 등의 꾸며낸 내용을 두 아들에게 주입시킨 뒤 수사기관에서 그대로 진술하게 하는 등 정서적 학대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두 아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는 등 교육기회도 박탈했다.
이씨는 2013년 1월쯤부터 “아버지가 너희를 죽이려 한다”며 겁을 주고 두 아들을 데리고 집에서 나와 남편과 이혼소송에 들어갔고, ‘재산분할’ 논의가 이뤄지자 거짓 고소를 시작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씨 부부는 서울과 경기 양평, 하남 일대에 수십 억대 토지를 소유하고 있었으며, 이혼 뒤 토지 매각대금 등 수억 원이 무속인 김씨에게 흘러 들어간 정황도 나왔다.
하지만 이씨와 무속인 김씨는 여전히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이씨와 격리돼 전문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두 아들은 “엄마와 이모할머니(무속인)가 모두 시킨 일”이라고 털어놨다. 이씨의 전 남편도 “무속인 김씨가 있지도 않은 나의 외도를 아내에게 말해 사이를 갈라놓았다”며 “재산을 노리고 의도적으로 접근한 것으로 보인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세모자 성폭행 사건’은 이씨가 지난해 9월 서울의 한 교회에서 폭로 기자회견을 열면서 불거졌다. 올 6월에는 두 아들과 함께 성폭행 피해를 호소하는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리기도 했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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