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증시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이 줄을 잇고 있다. 장밋빛 전망이 쏟아졌던 예년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DB대우증권은 내년 코스피 하단 전망치로 1,700을 제시했다. 이는 2011년 미국 신용등급 강등 여파로 코스피가 1,700선까지 떨어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내년에는 시스템 리스크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라며 “코스피 확정 실적 기준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를 일시적으로 하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중국 경기 둔화 지속과 러시아, 브라질 등 신흥국의 외환위기, 국내 기업의 구조조정 등이 내년 증시의 지뢰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올해 6월 말 자기자본 기준 PBR 1배는 코스피 1,842 수준”이라며 “PBR가 1배를 밑돌면 장기 투자자에게 좋은 매수 기회가 될 수 있지만, 시스템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주요 증권사들도 줄줄이 눈높이를 낮추고 있다. 내년 코스피 전망치로 하나금융투자가 1,840에서 2,170을 제시했으며 ▦NH투자증권 1,850∼2,150 ▦IBK투자증권 1,850∼2,250 ▦삼성증권 1,880∼2,240 ▦현대증권 1,900∼2,250 ▦신영증권 1,910∼2,170 등도 모두 수년간 지속된 박스권 흐름이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대내적으로는 기업 이익의 뚜렷한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고, 대외적으로도 미국 금리 인상의 여파와 중국 경기 둔화 등이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김정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정체된 대외 환경으로 내년 코스피(유가증권시장) 기업들의 영업이익 증가율도 큰 폭으로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3분기 들어 미국 출구전략에 대한 잡음이 세계 증시의 악재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나마 가장 낙관적인 전망을 한 증권사는 신한금융투자로, 내년 코스피 예상 등락 범위로 1,900∼2,350을 제시했다. 이경수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은 “미국의 금리 인상과 유동성 축소는 다른 의미”라며 “실질적인 유동성 축소는 일러야 2017년 상반기에 나타날 것이며,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BOJ)의 유동성 공급도 지속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기업 구조조정과 주주환원 정책 강화 흐름 속에서 코스피 밸류에이션(가치평가)도 상향 조정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훈성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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