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연결해 상습 가뭄지역 해소를… 정수 거치면 금강 수질엔 문제 없어
수돗물 절반이 가정에 가기 전 유실… 종합적 물 관리 컨트롤타워 절실
수량ㆍ수질 외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물 분쟁 해소할 통합관리 체계 필요
취임 2주년을 하루 앞뒀던 4일, 최계운 한국수자원공사(K-Water) 사장은 충남지역 식수를 담당하고 있는 보령댐을 찾았다. 곧 바닥을 드러낼 것만 같은 저수량을 보며 그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최 사장은 이날 보령댐 현장을 둘러본 뒤 대전 대덕구 사옥에서 가진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42년 만에 닥친 극심한 가뭄에도 정쟁만 되풀이하고 있는 정치권에 대해 강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물은 정치적 영역이 아니라 과학적 영역이잖아요. 국민들이 물 복지 혜택을 고르게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게 우선 아니겠어요?”
최 사장은 전국의 식수를 책임지고 있는 수자원공사의 수장인 동시에, 과거 세계 도시물포럼 사무총장을 역임한 대표적 물 전문가다. 그는 “보통 사람이라면 평상 시에 물 흐름의 극단적 상황을 고민하지 않지만, 물을 전문 관리하는 사람이라면 청개구리처럼 가뭄 때는 홍수 걱정을, 홍수 때는 가뭄 걱정을 하는 법”이라며 “물 관리 체계를 종합적으로 담당할 컨트롤타워 조성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4대강이 가뭄 해갈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나.
“최근 반복되는 가뭄에도 4대강 본류구간은 안정적인 수위를 유지하며 131개소의 취ㆍ양수장에 하루 약 460만㎥의 물을 공급하고 있다. 보를 준설했고, 저수지 둑을 높여 놓은 게 큰 도움이 됐다. 다만 보에서 떨어진 지역은 관로 등 인프라 부족으로 용수 공급에 제한이 있다. 보령댐 도수로 공사가 시작된 이유이기도 하다. 보령댐에 가둔 물로는 잘해야 4개월 밖에 버틸 수 없다. 그래서 금강 백제보 하류에서 보령댐까지 관로(21km)를 설치해 물을 공급할 계획이다. 다른 상습 가뭄지역도 이런 방식으로 4대강 수자원을 적극 활용해 물 부족을 원천적으로 해소해야 한다.”
-금강이 식수로 부적합하다는 의견이 나오는 등 4대강 활용에 대한 부정적 여론은 여전한데.
“금강 물을 보령댐 물과 혼합해 공급하면 수돗물 수질 저하가 발생한다는 시각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결론적으로 잘못 알고 하는 말이다. 금강물 취수 후 2단계 전(前)처리와 보강된 정수처리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수질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물은 정치적 영역이 아닌 과학적 영역이다. 국민들이 고른 물 복지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게 우선이다.”
-가뭄에 대한 근본적인 처방책이 필요해 보인다.
“이번 가뭄 사태에서도 나타났듯, 우리나라는 물 관리 주체가 기관마다 나뉘어 있다. 광역상수도와 공업용수는 국토교통부에서 담당하지만 농업용수는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지방상수도는 환경부, 그리고 지방소하천은 행정자치부가 각각 맡도록 돼 있어 제대로 물 관리가 이뤄질 수가 없다. 물은 상류에서 하류까지 하나의 유기체로 장기적 관점에서 통합 관리돼야 한다.”
-지금 물 관리의 비효율성이 어느 정도인가.
“극심한 가뭄을 겪고 있는 충남 서부권 8개 지자체의 유수율이 40~60%에 불과하다. 정수장에서 생산한 물이 주민에게 전부 도달되지 않고 절반 가까이 도중에 소실된다는 얘기다. 지자체는 물 관리를 상대적으로 중요 업무로 취급하지 않기에, 전문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지역중심에서 벗어나 전체 유역을 관리하며 기술과 시설개선 등 종합적인 물 관리 체계를 담당할 컨트롤 타워 조성이 절실하다.”
- K-Water에서 ‘통합물관리 체계’를 주장하는데.
“상류에서 하류까지 수량, 수질뿐만 아니라 하천유역의 생태, 문화까지 통합적으로 고려해 기후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지역간 물 분쟁과 갈등을 해소하자는 게 골자다. 지난해 9월 통합물관리 기반 구축을 위한 마스터 플랜을 수립한 후, 20개의 핵심 과제와 구체적 액션플랜을 마련했다. 특히 고질적인 물 분쟁을 겪고 있는 영산강, 섬진강, 낙동강, 금강 등의 유역을 시범사업 대상으로 선정해 원인을 조사 중에 있다. 각 지자체가 공급중인 수돗물도 통합 관리해, 각 지자체별로 차이 나는 물 값을 동일하게 조정해야 한다. 물을 둘러싼 갈등을 줄이고, 기존 수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가뭄도 대비가 가능하다.”
-물 관리에 앞서 부채를 줄이는 게 우선이라는 지적도 많다.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부산 에코델타시티, 나주 노안지구, 부여 규암지구 등의 친수사업을 추진해 1조원을 확보할 예정이다. 또 다목적댐 수력발전사업, 시화조력발전사업, 송산 그린시티사업 등을 통해서도 4대강 공사 투자비가 조속히 회수되도록 할 것이다. 다만 4대강 사업으로 인한 부채는 큰 틀에서 보면 국가 사업을 하며 생긴 부채라는 측면을 감안해줬으면 한다.”
-지난 2년간 성과와 남은 임기 내 목표는.
“지금까지 경영정상화와 국민 신뢰를 제고하는 기반은 닦았다고 본다. 이제 본연의 업무인 물 관리로 돌아가 올해보다 더한 가뭄, 홍수에도 물 걱정이 없도록 하고, 수돗물의 혜택으로부터 소외받는 국민들이 없도록 노력할 것이다.”
박관규기자 ace@hankookilbo.com
<프로필>
▦1954년 경기 화성 출생
▦미국 콜로라도주립대 대학원 공학박사
▦인천대 도시환경공학부 교수
▦세계도시물포럼 사무총장
▦인천대 도시과학대학 학장
▦인천경실련 공동대표
▦2013년 11월 한국수자원공사 제13대 사장 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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