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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은 정쟁 대상 아니다... 물 복지 혜택 골고루 돌아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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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은 정쟁 대상 아니다... 물 복지 혜택 골고루 돌아가야"

입력
2015.11.1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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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연결해 상습 가뭄지역 해소를… 정수 거치면 금강 수질엔 문제 없어

수돗물 절반이 가정에 가기 전 유실… 종합적 물 관리 컨트롤타워 절실

수량ㆍ수질 외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물 분쟁 해소할 통합관리 체계 필요

최계운 한국수자원공사 사장이 4일 충남 보령댐을 방문해 가뭄 피해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 제공
최계운 한국수자원공사 사장이 4일 충남 보령댐을 방문해 가뭄 피해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 제공

취임 2주년을 하루 앞뒀던 4일, 최계운 한국수자원공사(K-Water) 사장은 충남지역 식수를 담당하고 있는 보령댐을 찾았다. 곧 바닥을 드러낼 것만 같은 저수량을 보며 그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최 사장은 이날 보령댐 현장을 둘러본 뒤 대전 대덕구 사옥에서 가진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42년 만에 닥친 극심한 가뭄에도 정쟁만 되풀이하고 있는 정치권에 대해 강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물은 정치적 영역이 아니라 과학적 영역이잖아요. 국민들이 물 복지 혜택을 고르게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게 우선 아니겠어요?”

최 사장은 전국의 식수를 책임지고 있는 수자원공사의 수장인 동시에, 과거 세계 도시물포럼 사무총장을 역임한 대표적 물 전문가다. 그는 “보통 사람이라면 평상 시에 물 흐름의 극단적 상황을 고민하지 않지만, 물을 전문 관리하는 사람이라면 청개구리처럼 가뭄 때는 홍수 걱정을, 홍수 때는 가뭄 걱정을 하는 법”이라며 “물 관리 체계를 종합적으로 담당할 컨트롤타워 조성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4대강이 가뭄 해갈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나.

“최근 반복되는 가뭄에도 4대강 본류구간은 안정적인 수위를 유지하며 131개소의 취ㆍ양수장에 하루 약 460만㎥의 물을 공급하고 있다. 보를 준설했고, 저수지 둑을 높여 놓은 게 큰 도움이 됐다. 다만 보에서 떨어진 지역은 관로 등 인프라 부족으로 용수 공급에 제한이 있다. 보령댐 도수로 공사가 시작된 이유이기도 하다. 보령댐에 가둔 물로는 잘해야 4개월 밖에 버틸 수 없다. 그래서 금강 백제보 하류에서 보령댐까지 관로(21km)를 설치해 물을 공급할 계획이다. 다른 상습 가뭄지역도 이런 방식으로 4대강 수자원을 적극 활용해 물 부족을 원천적으로 해소해야 한다.”

-금강이 식수로 부적합하다는 의견이 나오는 등 4대강 활용에 대한 부정적 여론은 여전한데.

“금강 물을 보령댐 물과 혼합해 공급하면 수돗물 수질 저하가 발생한다는 시각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결론적으로 잘못 알고 하는 말이다. 금강물 취수 후 2단계 전(前)처리와 보강된 정수처리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수질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물은 정치적 영역이 아닌 과학적 영역이다. 국민들이 고른 물 복지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게 우선이다.”

-가뭄에 대한 근본적인 처방책이 필요해 보인다.

“이번 가뭄 사태에서도 나타났듯, 우리나라는 물 관리 주체가 기관마다 나뉘어 있다. 광역상수도와 공업용수는 국토교통부에서 담당하지만 농업용수는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지방상수도는 환경부, 그리고 지방소하천은 행정자치부가 각각 맡도록 돼 있어 제대로 물 관리가 이뤄질 수가 없다. 물은 상류에서 하류까지 하나의 유기체로 장기적 관점에서 통합 관리돼야 한다.”

-지금 물 관리의 비효율성이 어느 정도인가.

“극심한 가뭄을 겪고 있는 충남 서부권 8개 지자체의 유수율이 40~60%에 불과하다. 정수장에서 생산한 물이 주민에게 전부 도달되지 않고 절반 가까이 도중에 소실된다는 얘기다. 지자체는 물 관리를 상대적으로 중요 업무로 취급하지 않기에, 전문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지역중심에서 벗어나 전체 유역을 관리하며 기술과 시설개선 등 종합적인 물 관리 체계를 담당할 컨트롤 타워 조성이 절실하다.”

최계운 한국수자원공사 사장이 4일 대전 대덕구 사옥에서 한국일보 기자와 만나 “가뭄 해결을 위해 각 기관에 나뉘어 있는 물 관리를 통합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 제공
최계운 한국수자원공사 사장이 4일 대전 대덕구 사옥에서 한국일보 기자와 만나 “가뭄 해결을 위해 각 기관에 나뉘어 있는 물 관리를 통합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 제공

- K-Water에서 ‘통합물관리 체계’를 주장하는데.

“상류에서 하류까지 수량, 수질뿐만 아니라 하천유역의 생태, 문화까지 통합적으로 고려해 기후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지역간 물 분쟁과 갈등을 해소하자는 게 골자다. 지난해 9월 통합물관리 기반 구축을 위한 마스터 플랜을 수립한 후, 20개의 핵심 과제와 구체적 액션플랜을 마련했다. 특히 고질적인 물 분쟁을 겪고 있는 영산강, 섬진강, 낙동강, 금강 등의 유역을 시범사업 대상으로 선정해 원인을 조사 중에 있다. 각 지자체가 공급중인 수돗물도 통합 관리해, 각 지자체별로 차이 나는 물 값을 동일하게 조정해야 한다. 물을 둘러싼 갈등을 줄이고, 기존 수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가뭄도 대비가 가능하다.”

-물 관리에 앞서 부채를 줄이는 게 우선이라는 지적도 많다.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부산 에코델타시티, 나주 노안지구, 부여 규암지구 등의 친수사업을 추진해 1조원을 확보할 예정이다. 또 다목적댐 수력발전사업, 시화조력발전사업, 송산 그린시티사업 등을 통해서도 4대강 공사 투자비가 조속히 회수되도록 할 것이다. 다만 4대강 사업으로 인한 부채는 큰 틀에서 보면 국가 사업을 하며 생긴 부채라는 측면을 감안해줬으면 한다.”

-지난 2년간 성과와 남은 임기 내 목표는.

“지금까지 경영정상화와 국민 신뢰를 제고하는 기반은 닦았다고 본다. 이제 본연의 업무인 물 관리로 돌아가 올해보다 더한 가뭄, 홍수에도 물 걱정이 없도록 하고, 수돗물의 혜택으로부터 소외받는 국민들이 없도록 노력할 것이다.”

박관규기자 ace@hankookilbo.com

<프로필>

▦1954년 경기 화성 출생

▦미국 콜로라도주립대 대학원 공학박사

▦인천대 도시환경공학부 교수

▦세계도시물포럼 사무총장

▦인천대 도시과학대학 학장

▦인천경실련 공동대표

▦2013년 11월 한국수자원공사 제13대 사장 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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