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초대 회장인 고(故) 박태준 명예회장부터 현재 권오준 회장까지, 모두 8명의 전ㆍ현 회장 가운데 5명이 기소되는 수난사를 이어가게 됐다. 올해 3월부터 8개월 동안 진행된 포스코그룹 비리 수사가 결국 정준양(67) 전 회장의 기소로 11일 최종 마무리 됐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조상준)는 이날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정 전 회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뇌물공여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정동화(64)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과 배성로(60) 전 동양종합건설 회장도 함께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 관계자는 “소위 ‘오너’가 없어 주인 없는 회사로 불리는 포스코의 자산과 자원을 임기가 정해진 전문경영인이 마치 선심을 쓰듯 ‘사금고’처럼 사용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이번 수사로 드러난 구조적 비리가 개선될 기회가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포스코는 수사결과에 대한 입장 자료를 내고 “주주를 포함한 이해관계자와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했다.
그러나 ‘국민기업’ 포스코의 부실을 키운 장본인으로 지목된 정 전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 청구조차 포기한 수사결과는 ‘전형적인 용두사미식 결론’이란 비판이 높다. 당초 수사는 지난 정권에서 벌어진 포스코의 정치권 유착, 비정상적 투자 등에 맞춰졌다.
검찰에 따르면, 정 전 회장은 2010년 부실기업 성진지오텍을 타당성 검토 없이 졸속으로 인수, 포스코에 1,592억원 상당의 손해를 끼친 혐의다. 2009년 12월 이상득(80ㆍ불구속 기소) 전 의원의 측근에게 일감을 몰아주는 수법으로 12억원의 뇌물을 건넨 혐의도 받고 있다. 정 전 회장은 처사촌동서인 유모씨를 거래업체인 코스틸의 고문으로 취직시켜 2006년 1월~2015년 5월 임금 명목으로 4억7,200만원을 수수한 혐의(배임수재)도 공소사실에 포함됐다.
포스코 창업주인 박태준 명예회장은 1993년 2월 횡령과 뇌물수수 등 혐의로 기소됐고, 황경로 2대 회장도 93년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됐다. 김만제 4대 회장 역시 회삿돈 유용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 받았으며, 포스코 민영화(2000년)를 앞둔 98년 취임한 유상부 5대 회장도 ‘최규선 게이트’에 연루돼 사법처리 됐다. 전직 가운데는 3대 정명식, 6대 이구택 회장만이 기소를 면했다.
김정우기자 wookim@hankookilbo.com
조원일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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