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정준양 전 회장을 불구속 기소하고 포스코 수사를 일단락 지었다. 지난 3월 이완구 국무총리의 ‘부패와의 전쟁’선포 직후 포스코건설을 압수수색한 지 8개월만이다. 검찰의 포스코 수사는 주인 없는 기업 포스코와 정치권력 간 먹이사슬 관계를 밝혀냈다는데 의미가 있다. 이명박 정부 실세였던 이상득 전 의원 측은 정상 절차를 무시하고 영향력을 행사해 정준양씨를 회장에 앉혔고, 정 전 회장은 취임 후 일감 몰아주기 방법 등으로 보은했다. 포스코를 사유화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공존공생 관계를 구축했다는 게 수사 결론이다.
그 사이 포스코는 나락으로 떨어졌다. 부실 인수ㆍ합병이 계속됐고 특혜와 내부 부정부패가 만연하면서 기업가치와 경쟁력은 추락했다. 정 전 회장 퇴임 직전 영업이익은 취임 직전보다 4조1,800억원 감소했고 부채는 20조원이 증가했다. 여기에 세계 철강업계의 불황 등 대외 환경까지 악화하면서 포스코는 경영난에 봉착했다.
포스코는 15년 전 민영화한 이후에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외풍에 시달리며 비틀거렸다. 그로 인해 방향을 잃고 표류하면서 제대로 미래에 대비하지 못했다. 내부적으론 외부권력에 줄을 대려는 문화가 만연하면서 기업가치 훼손과 경쟁력 추락을 거듭했다. 지분구조를 감안할 때 포스코는 여전히 정부와 권력의 입김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 않다. 언제 어떤 형태의 바람이 또 포스코를 흔들지 알 수 없다. 검찰 수사는 권력의 부당한 개입이 초래한 폐해에 대한 경고이지 그 검은 유착 구조를 혁파할 항구적 대책은 아니다. 포스코가 건강한 기업으로 거듭나도록 권력의 간섭을 차단할 특단의 방안을 고심할 때다.
그러나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검찰의 포스코 수사는 전체적으로 성공작이라 평가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준비 안된 상태에서 청와대 하명에 따라 급하게 수사에 착수하는 바람에 부실을 면치 못했다. 사건 주요인물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에 의해 번번이 기각돼 수사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수사능력까지 도마에 올랐다. 포스코 같은 기업 비리 수사를 하려면 충분한 자료 수집과 내사를 거친 뒤 신속하게 진행해야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는데도 이런 과정이 생략되는 바람에 수사는 무려 8개월을 끌었다. 장기간 저인망식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경영 정상화가 급한 포스코는 그로기 상태가 됐다. 정교한 외과 수술식 수사를 공언했던 검찰로서는 뼈아프게 반성해야 할 대목이다.
김수남 검찰총장 내정자는 이번 수사를 뼈아픈 반성의 계기로 삼아 기업수사의 틀을 다시 세우고 내부 특별수사 역량을 강화하는데 힘을 쏟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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