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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솟동굴 지나 하롱베이… 仙界로 통하는 비밀의 문이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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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솟동굴 지나 하롱베이… 仙界로 통하는 비밀의 문이런가

입력
2015.11.1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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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 트인 하롱베이 절경 사이로 유람선들이 떠다니고 있다. 베트남항공 제공
탁 트인 하롱베이 절경 사이로 유람선들이 떠다니고 있다. 베트남항공 제공

“원더풀.” 유람선 곳곳에서 탄성이 터져 나온다. 진경산수화를 막 찢고 나온 듯한 절경 앞에 탄성과 웃음소리가 한데 뒤섞인다. 희열과 짜릿함에 어쩔 줄 몰라 한다. 베트남 최고 관광지 하롱베이(Ha Long Bay)에서 함께 한 관광객들의 모습이다.

하롱베이는 베트남 동북부 중국 국경 근처 1,553㎢의 만을 이르는 명칭이다. 중심 해역 434km²는 천혜의 경관으로 1994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록됐다. 석회암 지대에 2억년간 화학적 용해와 침식이 반복돼 만든 풍경으로 매년 100만명의 외국인을 불러모으는 명소다.

정오 무렵 출항했다. 돛을 한껏 부풀려 범선 선단을 연상케 하는 수십척의 유람선들이 함께 나섰다. 30분 뒤 항구를 빠져나간 유람선들이 학익진처럼 하롱베이의 품 속으로 뛰어들었다.

높이가 천차만별인 각양각색의 기암절벽이 유람선 양 옆으로 끝없이 도열한다. 애절하면서도 경쾌한 중국풍 선율이 울려 퍼지고 뱃전에 차려진 식탁에는 신선한 해산물과 채소로 만든 요리가 올려졌다. 이로써 1박2일간의 성대한 ‘신선 놀음’이 시작됐다. 하롱베이의 ‘하(Haㆍ下)’는 내려온다, ‘롱 (Longㆍ龍)은 용이라는 뜻. 하늘에서 용이 내려와 입에서 보석과 구슬을 내뿜자 바다로 떨어지면서 갖가지 모양의 기암(奇岩)이 되어 침략자를 물리쳤다는 전설에서 유래한다.

서너 시간 후 유람선이 닻을 내렸고, 소형 목선으로 옮겨 타 ‘붕 비엥’이라는 수상 마을에 도착했다. 주민들은 관광객에게 음료수와 간식, 또는 직접 어획한 해산물을 팔며 생계를 유지한다.

하롱베이 수상마을 주민이 관광객을 태운 목선의 노를 젓고 있다.
하롱베이 수상마을 주민이 관광객을 태운 목선의 노를 젓고 있다.

베트남 전통 모자 농을 쓴 주민이 노를 젓자 목선이 고요하게 나아간다. ‘촥~ 촥~’, ‘까악 까악’. 노가 물살을 가르는 소리와 간간이 들리는 이름 모를 새의 울음. 떠들썩함은 사라지고 깊은 호흡으로 비경과 하나 되며 명상의 시간에 잠긴다.

차분해졌던 심장은 카약을 타면서 박동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어린 시절로 되돌아가 천상의 호수에서 천방지축 물장난 치는 기분이다. 하롱베이의 장관을 배경으로 유람선 사이를 돌아다니면 쾌감은 극에 달한다. 흥분을 주체하지 못한 중년들이 연신 바다에 뛰어들어 물놀이 삼매경에 빠진다. 싱가포르에서 초등학교 친구들과 함께 온 조안 림(51)씨는 “잊을 수 없는 소중한 추억을 쌓았다”며 천진난만하게 웃었다. 바위에 깃든 붉은 석양을 보며 직접 싼 월남쌈을 그릴에 구워 먹었다. 선상 최고의 별미였다.

인공 조명이 더해져 놀이공원에 온 듯한 착각을 일으키는 승솟동굴 내부.
인공 조명이 더해져 놀이공원에 온 듯한 착각을 일으키는 승솟동굴 내부.

다음날 일찍 석회암 동굴로 유명한 승솟동굴을 찾았다. 승솟은 ‘석회암이 위로 자란다’는 뜻으로 동굴의 길이는 130m이다. 베트남 최고 동굴 중 하나라는 명성에 걸맞게 장구한 시간 다듬어진 기상천외한 석회암과 천장에서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만 같은 종유석들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원색 조명이 내부 곳곳을 비춰 웅장한 자연미와 인공미가 오묘한 조화를 이뤘다.

물결의 흔적을 간직한 승솟동굴 천장 아래로 관광객들이 지나가고 있다.
물결의 흔적을 간직한 승솟동굴 천장 아래로 관광객들이 지나가고 있다.
승솟동굴 관람을 끝내고 밖으로 나오면 하롱베이와 유람선이 어우러진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승솟동굴 관람을 끝내고 밖으로 나오면 하롱베이와 유람선이 어우러진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길지 않은 동굴 투어가 끝나고 밖으로 나오자 탁 트인 하롱베이의 풍광이 한 폭의 담백한 수채화처럼 펼쳐진다. 세상에 신선계(神仙界)가 존재한다면 하롱베이가 그 ‘비밀의 문’이 아니었을까. 동굴 밖에서 펼쳐진 하롱베이의 장엄함은 그렇게 일상에 찌든 인간들을 따뜻하게 위로하고 있었다.

하롱베이(베트남)=배성재기자 passion@hankookilbo.com

< 여행메모 >

하롱베이의 진가를 만끽하려면 당일치기보다 1박2일 유람선 투어가 낫다. 하노이나 하롱베이 여행사를 통해 예약이 가능하다. 1박에 대략 10만~30만원대 상품이 주종을 이룬다.

하노이 호안끼엠호수에서 연인이 다정하게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하노이 호안끼엠호수에서 연인이 다정하게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하롱베이 직항이 없어 하롱베이 관광은 수도 하노이가 베이스캠프가 된다. 시간을 내 하노이 관광에 나선다면 앞에 좌석이 설치된 삼륜자전거 씨클로 탑승을 권한다. 하노이 시내와 골목 구석구석을 누비며 시민들의 일상을 고스란히 볼 수 있다. 흥정하기 따라 다르지만 보통 10달러로 탑승이 가능하다. 팁은 2달러.

베트남 국적항공사인 베트남항공은 인천에서 하노이ㆍ호찌민ㆍ다낭을 잇는 노선과 부산에서 하노이ㆍ호찌민을 잇는 노선을 운항 중이다. 지난달 인천~하노이 노선에 최신예 중대형기 에어버스 A350-900X WB를 취항했다. 현재 총 2대의 A350을 운항 중이며 2020년까지 12대를 추가로 띄울 예정이다. A350 취항을 기념해 이달까지 왕복 이코노미 좌석을 38만원 선에 특가로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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