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감 속에 비교적 순조롭게 투표 진행
법적 효력 없지만 결과 따라 후폭풍 거셀 듯
11일 경북 영덕에서 민간 주도로 실시된 가칭 ‘천지원전’ 주민 찬반 투표는 팽팽한 긴장감 속에 비교적 순조롭게 투표가 진행 중이다. 이례적으로 이틀씩이나 진행되는 이번 투표는 12일 오후 6시 투표 마감 이후 밤 늦게 개표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투표는 이날 오전 6시부터 관내 20곳의 투표소에서 실시됐다. 투표소는 대체로 한산한 편이었지만 일부 지역에선 줄을 서서 하는 모습도 보였다. 특히 달산면, 지품면 등 송이 주산지 쪽이 투표에 대한 관심이 높아 보였다. 이날 오전 6시 지품면 사무소 앞 농협의 지품면 제1투표소에는 이 마을에 사는 106세의 할머니가 나타나 놀라게 했다. 창수면 등 일부 마을 이장들은 차량을 이용해 투표소까지 노인들을 실어 나르기도 했다.
영덕핵발전소 유치찬반 주민투표 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영덕은 대게 못지않게 자연산 송이 재배로 유명한 지역 아니냐”며 “농민들은 원전이 생기면 청정 영덕의 이미지가 다 망가져 농사도 망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9월말 현재 영덕지역 19세 이상 주민등록인구는 3만4,432명. 주민투표법상 주민투표는 유권자 3분의 1 이상(1만1,478명)이 투표해 과반수가 찬성해야 유효하다. 11일 오후 4시 현재 투표인명부상 유권자는 사전 서명한 1만2,008명과 이날 추가 등록한 3,438명 등 1만5,446명의 41.88%인 6,469명이 투표했다. 전체 유권자로는 18.79%이다. 12일 오후 8시까지 투표가 계속되므로 전체 유권자의 3분의 1 이상이 투표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투표결과에 따라 영덕원전 건설은 거센 후폭풍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번 주민투표 특성상 반대율이 압도적일 수밖에 없고, 투표율이 높으면 정부도 무작정 ‘효력이 없는 불법투표’로 치부하기 어려워진다.
이와 함께 주민투표가 열리기 전날부터 잦은 신경전이 벌어진 탓에 투표 후 지역 내 갈등도 풀어야 할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10일 저녁엔 한수원 직원 4명이 영해시장에서 ‘주민투표는 무효’라는 내용의 홍보물을 돌리다 주민투표추진위원회와 시비가 붙었고, 영덕핵발전소반대(범)군민연대 관계자가 영덕 강구대교에 걸린 원전 유치 찬성 현수막을 낫으로 걷어내 말썽이 났다. 11일에도 일부 투표소에서 한수원 직원들이 ‘불법 투표’를 표시한 현수막을 내걸다 투표관리위원회 관계자들과 실랑이를 벌였다.
이를 의식한 듯 투표소에 배치된 투표관리위원들도 주민들의 투표 절차에 신경 쓰는 모습을 보였다.
영덕읍 제3투표소의 한 주민찬반 투표관리위원은 “영덕 주민이라 해도 각 투표소에 표기돼 있는 리에 거주하지 않으면 해당 투표소에 가서 투표하도록 돌려보낸다”며 “선관위의 자문을 받았고 그대로 이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정훈기자 jhlee01@hankookilbo.com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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