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 몸통들 모두 불구속 기소
‘성진지오텍 고가 인수’ 미스터리
MB정권 실세 배후 결국 못 밝혀
박영준, 정동화에 취업 청탁 드러나
검찰이 11일 공개한 포스코 비리 수사 결과 발표문에는 정준양(67) 전 회장 재임시절 쌓인 적폐(積弊)의 단면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그러나 성진지오텍 인수 배경 등 그간 제기된 많은 의문들은 이번에도 풀리지 않았다. 검찰은 정 전 회장의 신병확보를 위한 절차까지 포기한 채 그를 불구속기소, ‘미완의 수사’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검찰은 포스코의 대표적인 부실 인수합병(M&A)인 ‘성진지오텍 고가 인수’에 대해 “정 전 회장과 전모 당시 전략사업실장(현 포스코건설 전무), 두 사람의 밀실논의 결과”라고 밝혔다. 포스코 투자관리규정대로라면 이 사안은 별도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인수 타당성 검토를 한 뒤 이사회 승인을 얻어야 했다. 하지만 정 전 회장은 전 실장에게 모든 것을 맡겨 버렸다는 것이다. 2010년 2월 성진지오텍 대주주 전정도(56ㆍ구속기소)씨의 매각 의사를 확인한 지 불과 한달 만에 포스코는 시세의 2배 가격에 지분매입 계약을 체결했다. 게다가 이사회에는 “차입금 과다, 매출 부진에 따른 추가증자 위험”, “합작 경영 구도로 인한 시너지 창출 미미 가능성” 등과 같은 회계자문사의 지적이나 전씨에 대한 특혜성 가격책정 등 중요사항을 의도적으로 누락한 채 사후승인 절차를 받도록 했다. 검찰 관계자는 “정 전 회장이 사전에 인수 결정을 한 뒤 실무진에게 후속절차 진행을 맡긴 의심이 간다”고 말했다.
문제는 인수 결론 ‘이전의 일’이 아직도 미스터리라는 점이다. 정 전 회장이나 포스코가 성진지오텍을 고가에 매수, 전씨에게 298억원 가량의 차익을 챙기도록 배려해 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검찰은 “전씨에 대한 몰아주기 외의 다른 인수 동기에 대해선 정 전 회장과 전 실장이 함구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정 전 회장의 태생적 한계에서 비롯된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정 전 회장은 2009년 초, 이명박(MB) 정권 실세였던 이상득 전 의원과 박영준(55) 전 지식경제부 2차관을 등에 업고 포스코 회장에 올랐다.
결국 포스코의 성진지오텍 인수의 배후에는 MB정권 실세의 ‘입김’이 있었을 것이라는 게 검찰의 판단인 셈이다. 정 전 회장을 잘 아는 한 인사는 “그의 캐릭터로 볼 때 만약 구속이 됐다면 그 부분에 대해서도 사실대로 털어놓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고 말했다. 검찰은 정 전 회장을 불구속 기소한 데 대해 “뇌물수수자인 이 전 의원이 불구속 기소돼 형평성의 문제가 있고, 성진지오텍 관련 자료가 너무 방대해 영장심사보다는 긴 호흡으로 향후 법원 재판을 통한 혐의 입증이 더 낫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정 전 회장 재임시절 포스코의 2인자로 불렸던 정동화(64)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이 박 전 차관의 ‘취업 청탁’을 받은 사실도 새로 드러났다. 박 전 차관이 “정부부처 고위공무원의 고교 동창을 포스코건설에서 일하도록 해 달라”고 부탁하자 포스코건설 상무로 취직시켜 줬고, 해당 상무는 역으로 로비를 해 2012년 8월 정 전 부회장이 4대강 사업 유공으로 금탑산업훈장을 받도록 해 줬다고 한다.
MB정권 실세로 통했던 경제계 인사 Y씨가 포스코 비리에 연루됐을 가능성도 수사과정에서 포착됐다. 브로커 장상흥(64ㆍ구속기소)씨가 검찰 조사를 받다 화장실 변기에 휴대폰을 버렸는데, 이를 복구해 보니 Y씨에게 “꼭 지켜드리겠습니다”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기록이 남아 있었다. 그러나 장씨는 구체적 내용에 대해 함구, 수사가 진행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수사로 기소된 인원은 포스코 전ㆍ현직 임원 17명과 협력업체 관계자 13명, 이 전 의원 등 총 32명(구속 17명)에 이른다. 검찰은 ‘협력사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받고 있는 이병석 새누리당 의원에 대해선 향후 계속 수사하기로 했다.
김정우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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