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 지연으로 개장 1년 이상 연기
연구ㆍ교육 근거 관련법 국회서 낮잠
아시아 최대라는 백두대간 수목원이 반쪽 개장을 면키 어렵게 됐다. 시공사의 부도 등으로 전체 공사가 지연된데다 누가 운영할지도 정하지 못하게 되자 내년 4월 단순한 관람위주로 문을 열기로 했다. 핵심 기능인 연구ㆍ교육은 개점 휴업상태를 면키 어렵게 됐다.
아시아 최대 명품수목원을 지향하는 수목원은 정부가 2,201억 원을 들여 봉화군 춘양면 서벽리 일대 5,179㏊의 백두대간 산림에 방문자 커뮤니티시설, 종자저장시설, 기후변화지표식물원, 고산식물원, 백두산호랑이숲, 전시 교육 및 연구시설 등을 조성키로 하고 2011년 착공, 지난해 완공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3월 원래 시공사가 공정률 43% 단계에서 파산하는 바람에 공동 도급회사인 남해종합건설이 잔여공사를 다 맡으면서 전체 공기가 지연됐다. 게다가 최근에는 수목원 조성사업 구역 내 상수도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는 하천에 중금속이 섞인 골재를 사용했다는 민원 제기돼 더 늦어지게 됐다.
남해종합건설 김용연(55) 현장대리인은 “제기된 민원은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등 검사결과 중금속 오염 주장은 근거 없는 것으로 판명 났으나 민원해결 때문에 공기가 한달 가량 늦어진 연말에나 완공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우여곡절 끝에 하드웨어는 마무리하더라도 소프트웨어인 운영주체와 인력확보 등을 기약할 수 없다는 점이다.
강석호 의원이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으나 19대 국회가 끝날 내년 6월말까지 처리될지 미지수다. 이 법률안은 백두대간수목원을 산림분야 전문법인이 산림생물자원의 조사ㆍ수집, 전시ㆍ보전, 연구ㆍ교육 등 전반적으로 위탁 운영하는 규정을 담고 있어 이 법이 통과돼야 운영기관이 선정되고 인력을 확충할 수 있다. 결국 내년 초에 개장하더라도 산림청이 직영상태로 시범 운영밖에 할 수 없게 됐다.
산림청 김경목(54) 산림복지시설단 시설과장은 “공사가 늦어지고 운영에 관한 법률안이 연말까지 제정되지 않아도 내년 4월 개장 및 시범운영에는 문제 없도록 준비에 만전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법인을 설립해 정상적으로 운영하려면 최소 270명에서 500명까지 인력이 필요하지만 직영할 경우 직원 50여명이 관람객 안내와 시설물관리 수준에 그칠 전망이어서 반쪽개장에 따른 부실운영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수목원이 문을 열면 식물자원 멸종에 대비한 전세계 종자를 영구 보존하는 시설인 종자저장시설, 기후변화에 취약한 전세계 고산식물을 보존 연구하는 알파인하우스 및 잣나무 소나무 박달나무 자작나무 등 군락지, 야생화언덕, 자생식물원, 선태식물원 등을 관람할 수 있다. 특히 호랑이가 좋아하는 관목 숲 등의 서식환경을 갖춘 호랑이숲에는 백두산 호랑이 4마리가 뛰어다니는 모습도 볼 수 있다. 관광객들은 수목원 입구에서 정상 부근까지 2.5㎞ 산길을 오가는 트레일러로 이동하게 된다.
김 과장은 “수목원에 문화예술 창작공간도 마련하는 등 산림과 식물, 문화가 어우러지는 복합 문화공간으로 조성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용호기자 ly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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