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 편찬자들은 ‘신어’ 수록에 각별한 노력을 한다. 언어는 끊임없이 변하고, 변하지 않는 언어는 이미 죽은 언어로 간주되기 때문에 새 단어의 사전 수록은 필연적인 과정이고 목표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아무 낱말이나 조건 없이 사전에 수록하는 것은 아니다. Webster사전의 경우 새로운 어휘가 사전에 수록되기 위해서는 2년 정도 대중적 사용이 지속되어야 한다는 기준이 있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 일반 대중이 아니라 광고업자 한 사람이 인위적으로 만든 억지 표현을 ‘신조어’ 운운하면서 인용하는 일도 있고 족보도 없는 새로운 낱말이 갑자기 언론에 나타나 비정상적으로 각인되는 일도 있다. Well-being(행복, 복지)이라는 말은 어느 기자가 ‘건강에 좋은’의 뜻으로 써야 할 자리에 ‘웰빙’을 남용 오용하던 것이 한국인의 입에 일상 언어로 붙어버린 것이다. 영어에는 분명 wellness라는 어휘가 있고 ‘the quality or state of being healthy in body and mind’로 정의하고 있는데 기자의 지식이 거기에 미치지 못해 벌어진 일이다. 미국에서도 80년대에는 건강에 관심이 많아 도처에 ‘wellness food’ ‘wellness fitness center’ 등 표현이 대유행을 하였다. 이 경우 wellness는 새롭게 쓰이는 용례 때문에 신어로 수록이 되었는데 한국의 well-being은 한 기자의 무지한 인용이 전국민의 ‘웰빙’ 오용으로 확대된 사례로서 씁쓸한 신어 등록이 된 셈이다.
Smartphone이 대중화되고 문자를 보내는 일이 일상화되면서 text라는 말이 ‘문서’가 아니라 이제는 ‘문자’ ‘문자를 보내다’는 뜻으로 널리 쓰이게 되었다. 그 결과 texting은 단순하게 text에 -ing를 붙인 것이 아니라 새로운 낱말로 수록되었다. 아울러 손가락 몇 개로 스마트폰을 쥐고 아무데서나 문자를 신속히 보내는 젊은층을 일컬어 ‘엄지족’이라고 부르는 것도 기존의 어휘 조합을 넘어 ‘신어’로 간주해 사전에 수록하게 되었는데 영어에서는 ‘thumb culture’라고 부른다. 이런 경우 우리말 사전에도 ‘엄지족’이 생기고 영어에도 thumb culture가 수록된다. 옛날에는 telephone이 ‘전화’라는 대표적 어휘였지만 이제는 smart phone이 나오면서 그 이전의 휴대 전화는 역설적으로 feature phone라고 부르게 되고 새로운 낱말이 되었다. 과거에는 가정집 전화를 말할 때 home phone이면 충분했지만 ‘무선 전화’ 출현 이후 ‘유선 전화’는 wired phone이 아니라 ‘land line’으로 불리게 되어 ‘유선 가정 전화’의 뜻으로 쓰이게 됐다. 이처럼 새로운 어휘가 등장하면 그 주변 용어가 새롭게 재정립되면서 신어가 줄줄이 동반 등장하기도 한다. 신어 출현과 파생적 어휘의 재정립은 인간 사회의 발전만큼이나 많은 변화와 발전을 하기 마련인데 그것이 영어인 경우 neologism을 어떻게 사용하고 이해할 것인지 우리에게 학습 이상의 의미를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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