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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시 – 외포리 갈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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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시 – 외포리 갈매기

입력
2015.11.11 20:00
0 0

천수호 작

시인 천수호/2015-11-05(한국일보)/2015-11-11(한국일보)
시인 천수호/2015-11-05(한국일보)/2015-11-11(한국일보)

두 눈 감고 두 발 모으고

불길로 밀려들어간 적이 있었다

가지런히 발 뻗을 때는

정지비행을 위해 한잠에서 깨는 시간이라고 해두자

눈 뜨면 천 길 낭떠러지

갸웃거리는 뾰족 부리는

그때 그 이야기를 물고 있다고 해두자

하늘을 밥그릇처럼 엎으며

먼 우주를 바다에 쏟아 넣기도 하지만

너는 돌아올 기색도 없이 떠났다

그러는 사이 세상은 한번 휙 돌아서

구름을 바꿔 쓴다

네가 돌아오는 길을 잃지 마라고

눈빛으로 하늘 구석구석을 쓸어 보지만

기가 막히게도 네가 먼저 거리를 둔다

한 생을 잊기 위해

열린 서랍을 한꺼번에 닫는 눈꺼풀

조금씩 흘리고 있던 먹이를 봉지째 툭 놓쳐버린다

이제 너로부터 듣는 말이 더 길어진다

시인소개 : 1964년 경북 경산출생으로 200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명지대 문예창작학과 박사졸업 후 명지대 강사로 활동 중이다. 한국작가회의 회보편집위원장 및 예버덩 문학의집 운영위원을 맡고 있다. 시집으로 ‘아주 붉은 현기증(민음사)’ , ‘우울은 허밍(문학동네)’이 있다.

해설 : 김연창

사람들은 가끔 천 길 낭떠러지 혹은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꿈을 꾼다. 꿈을 꾼다는 건 욕망의 해소이며 불가능에 대한 희망이다. 때론 사람들은 외포리 갈매기처럼 하늘을 날아 보고픈 강렬한 희망이 인다. 하지만 희망은 곧 불가능에 대치하는 한낱 욕망임을 알아챈다. 더 가지려다 잃어버린 큰 봉지처럼 우리는 욕망을 쫓다 더 많은 것을 잃어버리고 산다. 그리하여 우리는 삶은 지침을 또 추가하여 심장에 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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