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출을 하려는데 몸살기운을 느꼈다. 약을 한 줌 털어 넣었더니 졸음이 몰려왔다. 버스를 타고 가면서 존 레논의 ‘Imagine’이 갑자기 듣고 싶었다. 폴더를 뒤져 노래를 찾은 후 이어폰을 꽂고는 눈을 감았다. 몽롱해진 가운데, 단순하고 익숙한 멜로디가 꿈결처럼 울렸다. 한기가 조금 가라앉을 무렵, 목적지에 도착했다. 그 사이 ‘Imagine’은 열 번 넘게 반복됐다. 사람을 한없이 착하게도, 더없이 관대하게도 만드는 멜로디라고 새삼 생각했다. 이어폰을 빼도 멜로디가 귀뿌리에 박혀있었다. 후배를 만나 안부를 묻고 용건을 얘기하는 중에도 속으로 후렴구를 되뇌고 있었다. 가라앉는 듯싶던 한기가 커피 몇 모금에 다시 올랐다. 후배에게 양해를 구하곤 서둘러 몸을 일으켰다. 어서 이불 속에 들어가 잠들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버스나 지하철을 탈 엄두가 나지 않았다. 마침 빈 택시가 있어 대뜸 올라탔다. 보통 사는 동네 이름을 대는 편인데, 무슨 착오였을까. 내 입에서 이상한 말이 나왔다. “미리내 지나서 죽 가 주세요” 기사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날 바라봤다. “어디요?” 아차 싶으면서도 속으론 피식 웃음이 나왔다. 모래내를 왜 그렇게 얘기했을까. 정정해서 알려주고는 눈을 감았다. 존 레논의 목소리가 귀밑에서 다시 울렸다. 사는 집이 은하수 건너라니. 택시는 그럼 하얀 쪽배? 몸이 돌연 가뿐해지는 상상이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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