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독 결과 오심으로 판독되었습니다.”
코트 위의 또 다른 심판관 ‘비디오 판독’이 2007년 세계 최초로 V리그에 도입된 지 9년째를 맞았다. 판독 한 번에 선수들은 울고 웃으며 때로는 팀의 운명이 바뀌는 터닝 포인트가 되기도 한다.
특히 올해는 네트터치 규정이 새롭게 적용되면서 선수들의 범실이 대폭 늘었고 이에 따라 비디오 판독 요구도 증가했다. 남자부는 지난 시즌 경기당 평균 1.99개에서 이번 시즌 1라운드에만 3.52개로 76.8% 증가했다. 여자부는 지난 시즌 1.48개에서 올해 4.21개로 184.4%나 늘었다. 지난 9일 대한항공은 24-25로 뒤진 상황에서 KB손해보험 이수황(25)의 네트터치 범실을 비디오 판독으로 잡아내며 분위기를 반전시켜 2위로 올라서기도 했다.
비디오 판독이 한 경기 승패를 넘어 시즌의 향방에까지 영향을 미친 사례는 적지 않다. 지난해 12월 17일 열린 IBK기업은행과 흥국생명의 여자부 경기가 대표적이다. 당시 1위 자리가 걸린 중요한 경기였다. 팽팽한 접전 끝에 5세트 13-13에서 데스티니 후커(28ㆍ당시 IBK기업은행)의 서브가 흥국생명 진영 끝 라인에 떨어지면서 서브 에이스가 선언됐다.
박미희(52) 흥국생명 감독이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지만 결과는 ‘정심’으로 나왔다. 박 감독이 거세게 항의했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고 그는 “오심을 막기 위해 비디오 판독을 하는데 이런 식이면 의미가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경기 전까지 8승4패로 선두를 달리던 흥국생명은 이날 이후 승보다 패가 많은 라운드를 거듭해 13승14패로 플레이오프의 꿈을 접었다. 추락의 변곡점이 된 셈이다.
지난해 12월 1일 열린 남자부 삼성화재-대한항공의 경기도 비디오 판독 하나로 흐름이 완전히 바뀌었다. 1세트를 챙긴 대한항공은 2세트도 앞서며 분위기를 가져갔지만 17-15 상황에서 마이클 산체스(29ㆍ대한항공)의 후위공격이 이선규(34ㆍ삼성화재)의 손가락을 맞고 나갔다는 터치아웃 판정이 나왔다. 이에 신치용(60) 당시 삼성화재 감독은 비디오 판독을 요청, 오심으로 판정이 번복됐다. 기세가 꺾인 대한항공은 이후 범실을 남발, 결국 세트 스코어 1-3으로 역전패했다.
비디오 판독을 전략적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1차 목적은 잘못된 판정을 바로잡는 데 있지만 감독들은 상대 팀이 상승세를 보일 경우 경기를 잠시 중단시켜 흐름을 끊거나 작전시간을 모두 사용했을 경우 임시 작전시간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허경주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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