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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에 굼뜬 국책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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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에 굼뜬 국책은행

입력
2015.11.11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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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은행보다 착수 시점 2.5년 늦어

“정부 이해관계 반영 탓 더 소극적”

국책은행이 부실 대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에 착수하는 시점이 일반은행에 비해 매우 느리고, 구조조정 강도 역시 일반은행보다 훨씬 약하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국책은행이 주채권은행으로 대기업 구조조정에 소극적으로 접근하다 보니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고, 금융자원(정책금융자금)의 배분 효율성 또한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11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남창우 정대희 연구위원은 2008년 기업구조개선(워크아웃)이 시작된 39개 기업을 분석한 ‘부실 대기업 구조조정에 국책은행이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책은행(산업은행 수출입은행 기업은행)이 주채권은행인 경우 한계기업(부실기업)으로 확인된 시점에서 평균 1.3년이 지나서야 그 기업이 워크아웃에 들어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일반은행이 주채권은행이면 부실 확인 시점보다 평균 1.2년 일찍 워크아웃에 착수했다. 결국 국책은행이 일반은행보다 2.5년 늦게 구조조정을 시작했다는 의미다. 부실기업 확인 시점은 그 기업의 이자보상배율(이자비용을 영업이익으로 나눈 값)이 1 미만인 상태가 3년간 지속되는 때, 다시 말해 번 돈으로 이자도 못 갚는 상황이 3년간 계속된 시점이 기준이다.

일반은행의 경우를 보면, 전체 워크아웃의 61.1%를 부실 확인 시점 이전에 착수했다. 부실기업으로 확인된 그 해에 착수한 비율이 11.1%였고, 부실기업 확인 시점보다 더 늦은 해에 착수한 비율은 27.8%였다. 그러나 국책은행이 주채권은행으로 워크아웃에 착수한 때를 보면, 부실 확인 시점 이전에 시작한 비율이 7.1%에 불과했다.

KDI 연구팀은 국책은행의 구조조정 강도 역시 상대적으로 약하다고 결론 내렸다. 국책은행이 주채권은행인 경우 부채를 털기 위해 해당 부실기업 자산을 팔거나 인력 구조조정을 하는 정도가 훨씬 적었다는 것이다.

국책은행이 구조조정에 소극적인 원인에 대해 남창우 연구위원은 “국책은행은 채권자 상황이나 경제성보다는 산업정책적 측면을 더 고려하거나 정부의 이해관계를 더 반영했기 때문”이라며 “단기 충격이 있더라도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위해서 빠른 구조조정이 필요해 보인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KDI 연구팀은 ▦현재 지나치게 확대된 국책은행의 금융지원을 축소하고 ▦워크아웃이 어려운 부실기업을 신속히 법원 회생절차(법정관리)로 보내며 ▦국책은행이 대기업보다 중소기업 구조조정 지원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책은행 구조조정 역할이 더 미흡하다”는 KDI 연구결과가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반론도 있다. 기업 구조조정 분야에 밝은 한 국책은행 관계자는 “2008년 이후 일반은행이 주도한 워크아웃 중 성공했다고 볼 수 있는 사례는 사실상 없다”며 “주채권은행 역할이 중요하긴 하지만 채권은행 별로 자체 신용위험평가를 해 구조조정을 요구할 수 있기 때문에 국책은행-일반은행으로 딱 잘라 구분하기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세종=이영창기자 anti09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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