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위조한 신용카드를 들고 입국해 12억여원어치 명품을 구입하려 한 말레이시아인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강남의 백화점과 면세점 등에서 위조된 해외 신용카드를 제시한 혐의(사기ㆍ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 등)로 L(39ㆍ여)씨 등 말레이시아인 3명을 구속했다고 11일 밝혔다. 일당 중 국내에서 도피 중이던 L(37)씨도 이날 인천국제공항에서 체포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말레이시아 현지 총책으로부터 “한국에서 루이뷔통ㆍ구찌ㆍ프라다 등 고가의 명품을 사오면 물건 가격의 5~10%를 주겠다”는 말과 함께 위조 신용카드 43장을 넘겨 받았다.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지난달 중순부터 이달 초까지 각각 입국해 다른 특급호텔에 투숙한 일당은 동남아 출신 졸부 행세를 하며 서울 강남의 면세점과 백화점에서 이 카드들로 12억5,000여만원가량의 명품을 사려고 시도했다. 4,000만원 상당의 고가 시계 등 1억8,000여만원어치는 사용 승인이 됐지만 나머지 다른 카드는 대부분 승인이 거절됐다.
조사 결과 이들은 최근 50만원 이상 신용카드 사용자에 대한 신분확인 절차가 폐지된 점을 악용, 위조 여권이 아닌 자신의 진짜 여권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카드사들은 이들의 신용카드 사용 행태가 수상하다고 여겨 경찰에 신고했다.
이들의 신용카드 사용 매장 등을 탐문해 인적 사항을 파악한 경찰은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서 3명을 검거하고, 11일 뒤늦게 출국하려던 L씨도 체포했다. 이들은 “생계비를 벌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신용카드를 연달아 2~3장 제시하는데도 반복해서 승인이 거절되면 카드 위조를 의심해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경찰은 인터폴에 신용카드 위조 총책에 대한 국제 공조수사를 요청할 계획이다.
안아람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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