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밑장빼기(눈속임 절도)’ 수법으로 편의점 은행 등에서 현금을 가로챈 외국인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남아프리카공화국 국적의 나베르(22)씨와 이브라힘(17ㆍ여)씨 등 3명을 절도 혐의로 구속하고 같은 혐의로 또 다른 이브라힘(62)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1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달 27일 서초구 잠원동에 있는 한 은행에 들어가 창구직원에게 “유로화 환전을 해야 하는데 100유로 지폐가 얼마나 있는지 보여달라”고 말했다. 이들의 요구에 은행 직원이 100유로 지폐 98장을 꺼내 보여주자 이들은 현란한 손짓에 영어 등 속사포 외국어를 가미해 직원의 주위를 흐트러뜨렸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순식간에 지폐 11장을 빼돌렸다.
이들은 이 같은 수법으로 이달 3일까지 서울과 부산에 있는 은행, 편의점, 매표소 등을 돌며 10회에 걸쳐 600여만원을 가로챘다. 불과 1분 안팎의 시간에 현금을 도난 당한 피해자들 대부분은 피해사실을 모르다가 정산과정 등에서 이를 알아차리고 경찰에 신고했다.
조사 결과 이들은 지난달 25일 한국에서 옷을 구매해 남아공에 팔기 위해 입국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조사 과정에서 “직원이 실수로 돈을 많이 준 것”이라며 “일부에 대해서만 잘못을 시인한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들은 서로의 관계를 형제, 사촌, 가족 등으로 각기 다르게 주장하고 있어 주한 남아공대사관에 신분 확인 요청을 한 상태”라며 “피해자들이 피해사실을 몰라 신고하지 않은 범죄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주희기자 jxp93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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