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자동차는 2000년 설립 이후 전시장 간판과 인테리어에 파란색을 사용했다. 삼성이 CI(Corporate Identity)에 쓰는 파란색은 1995년 삼성자동차 시절부터 르노삼성을 상징하는 색으로 자리잡았다. 2007년 이후에는 일명 ‘태풍 엠블럼’을 강조한 SI(Shop Identity)가 전시장에 적용됐지만 이제 르노삼성은 전시장에 노란색 테마를 입히고 있다. 노란색은 본사인 프랑스 르노 그룹 특유의 색이라 르노삼성의 정체성도 르노에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
르노삼성은 11일 오전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분당오리지점에서 언론 대상 간담회를 열어 새로운 SI를 적용한 전시장을 선보였다. 출입구 앞에 입체감 있는 노란색 아치가 세워졌고, 외부에 노출돼 있던 상담 공간이 별도의 독립된 상담실로 바뀐 게 특징이다.
차량 전시 공간도 달라졌다. 최상위 모델이 전시되는 ‘플래그십 존’, 르노 모델을 소개하는 ‘르노 존’, 신차 자리인 ‘뉴 카 존’ 등이 새로 만들어졌다. 차량 용품을 별도로 전시한 ‘액세서리 존’과 대기 고객을 위한 ‘멀티미디어 존’도 새롭게 디자인됐다.
르노삼성은 연말까지 전국 188개 전시장 중 70곳에 새 SI를 적용하고, 2017년에는 전국 모든 전시장을 노란색으로 싹 교체할 계획이다. 기존의 차가웠던 전시장 분위기를 따뜻하고 편안하게 바꾸기 위해서다.
전시장 새 단장과 함께 르노삼성은 판매와 애프터서비스(AS)에서도 내년 재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상반기에는 중대형 세단 탈리스만, 하반기에는 QM5의 뒤를 이을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신차를 출시한다. 국내 최고 수준의 AS도 한번에 명쾌하게 수리(일발수리)하는 체제를 강화하고, 복합점(영업+서비스)을 확대해 원-스톱 서비스를 강화한다.
사실 르노삼성은 전시장 인포메이션 데스크, 통합 고객지원 콜센터, 전문정비 협력점, 평생 무상 견인 서비스 등 획기적인 AS를 국산차 최초로 도입한 완성차 업체다. 친환경 보수용 페인트(수용성도료)도 국내에서 처음 사용했지만 지금은 경쟁사들도 대부분 따라 하며 차별성이 희석됐다. 이처럼 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지만 실질적인 혜택은 보지 못한다는 게 르노삼성의 고민이다.
박동훈 르노삼성 부사장은 “국산 최초 다운사이징 모델인 SM5 TCE, 소형 SUV 시장을 창출한 QM3, 혁신적인 LPG 도넛 탱크 등 수많은 트렌드를 처음 제시했지만 뒷심이 달렸던 것은 솔직히 인정한다”며 “하지만 앞으로는 트렌드를 계속 끌고 나가 시장을 다양하게 만드는데 온 힘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르노삼성 전체 지분 중 삼성카드는 19.9%를 가졌고, 나머지는 르노가 소유했다. 르노삼성은 브랜드 사용료로 매년 100억원 가까이 삼성에 주고 있다. 이런 삼성과의 관계에 대해 박 부사장은 “전시장의 시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고, 제품이 르노와 가까워지고 있어 노란색을 선택한 것이지 삼성과 계약 등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한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김창훈기자 chkim@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