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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인권외교가 부실한 이유

입력
2015.11.11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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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지난 달 22, 23일 제네바에서는 유엔 시민정치적권리(자유권) 규약위원회가 한국의 인권 상황을 평가하는 회의가 열렸다. 한국 정부측에서는 법무부, 외교부 등 관련 부처 40여 명이 참석했고, 비정부기구에서는 공동보고서를 제출한 83개 단체를 대표해 2명이 발언했다.

회의에서 자유권 규약위원들은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부재, 성소수자 차별, 군대 내 인권, 집회결사의 자유, 국가보안법,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전 합동신문센터), 양심적 병역거부, 변호인 접견권, 국가인권위원회의 독립성 보장 등에 걸쳐 한국의 자유권 상황에 대해 질문했다.

그렇지만 정부 대표단은 심의 기간 동안 위원들의 질문에 제대로 답변을 하지 못하고 기존 보고서에 있는 내용을 반복하거나 국민 여론의 형성을 운운하며 위원들의 질타를 받았다. 그 동안 유엔 인권기구는 한국의 인권운동가들이 정부의 탄압을 받아온 것을 우려해왔고 인권옹호 특별보고관이 한국을 방문해 실태조사를 한 바도 있다. 이번 자유권 규약위원회에서도 그런 사례들이 다뤄졌는데, 일례로 세월호 추모 집회를 이끈 박래군씨가 일부 시위 참가자들의 과격 시위에 책임이 있다며 구속된 것이 문제가 되었다.

그런 심의 과정을 거쳐 11월 5일 자유권 규약위원회는 ‘최종 권고문’을 발표했다. 위원회는 권고문에서 아동학대범죄 처벌 특례법의 도입, 재외국민의 투표권 행사를 보장하는 공직선거법 개정 등 10개항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반면에 수감 중인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전원 즉각 석방, 성소수자들에 대한 사회적 낙인과 차별 금지 등과 같은 강력한 권고를 포함해 55개 항에 걸친 우려와 권고를 내렸다.

1987년 이후 한국은 국제사회로부터 경제 성장 위에 민주화를 달성한 성공적인 나라로 존경을 받아왔다. 현 정부도 이 점을 거론하며 ‘자랑스런 대한민국’을 국정교과서로 교육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은 이명박정부부터 현 정부까지 인권 상황이 후퇴하여 국제 인권기구들로부터 다방면의 인권 개선을 권고 받고 있다. 이번 자유권 규약위원회에 정부 대표단이 대거 참석했지만 위원들의 질의에 의미 있는 대답을 하지 못한 책임은 참석 관료들에 있지 않다. 대통령을 비롯한 현 정부 고위 정책 결정자들의 인권 의식이 투철하지 못하고 인권 개선 의지와 능력이 크게 미흡한 것이 주 요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월 12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언론 자유와 관련 지어 국가보안법 재검토 의향을 묻는 외신 기자의 질문에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을 언급하며 “남북이 대치한 특수한 사정”을 거론했다. 또 정부는 남북 접경지대 대북 전단 살포가 국민의 표현의 자유에 해당하므로 제지할 수 없다고 하면서도 국민들의 집회결사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억제해왔다.

이런 현 정부의 이중적 인권 정책은 북한인권문제에서 정점에 이른다. 정부는 북한인권문제에 대해 “인권은 인류보편적 가치이므로 여타 사안과 분리하여 인권 문제 그 자체로 다루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국민들의 자유로운 의사 표현은 ‘종북’이란 딱지를 붙이거나 국가 안보를 명분으로 억압해왔다. 박 대통령이 역사교과서의 국정화 방침 명분으로 국론 통합, 국가 정통성 확립, 북한의 사상 지배 방지, 심지어 국민 혼(魂)을 언급하는 것은 국제인권규약의 문화적 권리와 헌법을 위반하며 권위주의 통치로 회귀하려는 처사라는 비판을 받기에 부족함이 없다.

다양성, 개방성, 자율성이 인정되지 않은 인권이란 존재할 수 없다. 정부는 국내외 인권기구들이 정부의 반인권적인 통치 행태를 지켜보고 있음을 두려워해야 한다. 인권 상황의 후퇴를 국민 총화, 종북 척결로 덮을 수는 없는 일이다. 현 정부가 인권을 말할 자격, 능력, 의지가 있는지 총체적으로 의심받고 있다. 민주국가에서 통치자가 ‘올바른’ 이란 형용사로 앞장서 여론을 편가르고 동원을 기도하는 행태를 누가 인권친화적이라 말하겠는가?

서보혁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HK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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