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피고인, CJ그룹 회장으로 있습니까?”(재판장)
“네…” (이재현 CJ그룹 회장)
10일 오후 서울고법 403호 법정. 환자복 위에 두꺼운 겨울용 외투와 털모자, 목도리에 마스크까지 착용한 이재현(55) 회장이 재판장의 질문에 힘 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 회장은 재판부가 피고인 본인 확인을 위해 생일과 주소, 직업을 물을 때 외엔 눈을 감고 고개를 왼편으로 떨군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1,600억원대 횡령ㆍ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은 항소심 선고 이후 1년 2개월 만에 파기환송심 공판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재판 시작 15분 전 구급차에 실려와 의료진의 부축을 받으며 휠체어를 타고 피고인석에 자리했다. 오른쪽 팔에는 두 팩의 링거 주사액이 연결돼 있었고 흰색 가운차림의 의료진까지 법정 안에 대기했다.
이 회장은 1심에서 징역 4년, 2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 받았지만, 올해 9월 대법원이 “배임액 산정이 확실치 않아 법 적용을 재검토해야 한다”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내 감형의 기회를 엿볼 수 있게 됐다.
2013년 8월 1심 재판 중 신장이식수술을 받은 이 회장은 거부반응 등의 후유증으로 인해 수 차례 구속집행정지 결정을 받았으며, 서울대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아왔다. 이 회장 측 변호인은 “이 회장은 이제 10년 남짓의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호소했다.
검찰은 2심과 같은 징역 5년에 벌금 1,100억원을 구형했다. 이 회장은 재판이 끝날 때쯤 작은 목소리로 “모든 게 내 탓이다. 건강을 잘 회복하고 선대 유지인 ‘사업보국(事業報國)’, 미완성의 CJ를 세계적 기업으로 만들 기회를 재판장님께 간곡히 부탁 드린다”며 말끝을 흐렸다.
이날은 파기환송심 첫 공판이자 결심공판이 됐다. 선고 일은 다음달 15일.
김관진기자 spiri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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