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한 수능 미신 총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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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한 수능 미신 총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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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1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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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단보도 까만 곳 밟으면 낙방”

“달걀 먹어도 빵 먹어도 안 된다”…

이미 오래 전부터 수험생의 금기 목록 첫 줄은 미역국이 차지하고 있었다. 죽과 참기름도 절대 먹어서는 안 될 음식에 뒤늦게 포함됐다. 시험에서 미끄러지거나 죽을 쑤지 말길 바라는 조바심은 무언가를 깨거나 떨어뜨리는 ‘재수 없는’ 행동마저 금기시했다. 따라서 달걀도 먹으면 안 되고 식탁에서 숟가락이나 젓가락을 떨어뜨리면 치명적이다. 시험을 보다 혹시라도 펜이 떨어지면 “이것은 떨어진 게 아니라 땅에 붙은 것이다”라며 반복적으로 암시를 해야만 멘붕을 면할 수 있다. 시험을 앞두고 손발톱을 깎으면 안 되고 머릿속에 저장된 공부가 다 씻겨나가길 바라지 않는다면 시험 당일 머리를 감아서도 안 된다. 횡단보도의 까만 부분을 밟으면 대학에 떨어지고 무심코 빵점을 부르는 빵을 먹었다면 더더욱 큰 일이다.

수능시험이 진행 중인 서울 경복고등학교에서 한 학부모가 자녀의 합격을 기원하는 엿을 교문에 붙이고 있다. (2008년)
수능시험을 앞두고 일부 수험생들에 의해 현대자동차 쏘나타Ⅲ 승용차의 뒷부분 엠블럼이 손상되는 사례가 빈발하자 현대자동차는 손상된 차량에 대해 엠블럼을 무상 수리해 주기로 했다. (1997년)

“서울우유 먹으면 서울대 간다”

“여학생 방석 훔치기도”

금기를 피하는 소극적인 자세만으로는 대입이라는 원대한 과업을 이루기에 부족하다고 느꼈기 때문일까, 학부모들은 반 세기 전부터 찐득찐득한 엿을 교문에 붙이기 시작했다. 1970년대 경복궁 근정전의 문관(좌청룡) 품계석을 갈아 먹으면 대학에 합격한다는 속설이 퍼지면서 행동에 나선 학부모들이 좌우를 혼동하는 바람에 무관(우백호) 품계석의 훼손이 더 심해졌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도 있다. “서울우유 먹으면 서울대, 연세우유 먹으면 연세대, 건국우유 먹으면 건국대 간다.” 어이없는 농담 같지만 운명을 알 수 없으니 아예 무시할 수도 없다. 한때 승용차 쏘나타(SONATA)의 ‘S’를 떼어내 간직하면 ‘S대(서울대)’에 합격한다는 속설 때문에 거리에 ‘오나타(ONATA)’승용차가 늘기도 했다. 그 후 “S를 10개 떼야 서울대 합격한다” 는 식으로 수위가 높아지기도 했는데, 결국 ‘S대’ 대신 ‘삼수’의 저주에 빠진 수험생이 많았다는 슬픈 이야기도 전해진다. 여학생의 방석을 훔치거나 공부 잘하는 친구의 머리카락을 잘라 보관하기도 하고, 심한 경우 그 친구의 침을 받아 먹으면 시험을 잘 볼 수 있다는 황당무계한 믿음이 수험생들 사이에서 떠돌기도 했다.

수능을 앞두고 학부모들이 백호 모형을 향해 대입 합격을 기원하고 있다. (1997년)

과학적 근거 없는 믿음이지만

시대 거듭할수록 ‘미신’쌓여

과학적인 근거라고는 전혀 없는 맹목적인 믿음, 즉 미신(迷信) 또는 속신(俗信)을 만들어 낸 주범은 대학 합격을 꿈꾸는 수험생과 학부모의 간절한 마음일 것이다. 사회가 복잡해지고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대입과 관련한 속설이나 금기는 더욱 다양하고 치밀하며 황당해져 왔다. 그렇다고 해서 과거의 고리타분한 미신이 최신 트렌드에 밀려 아예 사라지지도 않는다. 오히려 시대를 거듭할수록 후대의 머릿속에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다. 국립민속박물관이 2008년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서울시내 한 여고 학생들이 지닌 공부와 시험에 관한 속신만 해도 800가지가 넘을 정도다.

고3 수험생 김현주(18)양은 "엿 먹으면 시험에 합격한다는 미신을 믿는다. 이번에 응원 선물로 받은 엿이 몇 개 있는데 꼭 수능 날 전까지 다 먹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강미선(18)양은 "아빠한테서 시험 잘 본 사람의 속옷을 베게 밑에 두고 자면 성적이 좋아진다는 말을 들었지만 아직 이 미신을 행동에 옮기지는 못했다" 라며 불안해했다. 서울 광화문 수능 응원선물 판매대 앞에서 만난 학부모 유택규(45ㆍ남)씨는 “아이가 자기 할 일을 다하고 나도 아이에게 최선을 다하면 충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미신은 안 믿는다” 면서도 아이에게 수능 당일 미역국을 권할 의향이 있는지 묻자 “미역국 먹으면 시험에서 미끄러진다는 말이 미신이란 건 알지만 굳이 권하고 싶지는 않죠. 아, 이렇게 생각하니 이것도 미신이네요”라고 말하며 웃었다.

기존 제품을 패러디 한 수능 선물.

[수능선물 변천사]

해방 이후부터 지금까지 우리 대학입시제도는 그야말로 변화무쌍했다. 그 파란만장한 흐름 속에서도 합격을 기원하는 수험생과 학부모의 간절함은 한결같았다. 다만 수험생에게 건네는 응원의 선물만은 시대에 따라 변신을 거듭해 왔다.

사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입시 선물이라고 하면 엿과 찹쌀떡이 전부였다. 90년대 들어 대학입시와 마케팅 전략이 결합하면서 엿이나 찹쌀떡에 ‘장원엿’, 또는 ‘필승찹쌀떡’ 같은 이름을 덧붙이기 시작했다. 양초로 지망하는 대학의 배지를 만든 양초배지나 표면에 ‘합격’글씨가 선명한 합격사과도 인기를 끌었다.

입시 선물 마케팅이 본격화 된 것은 수능이 처음 실시된 90년대 중반부터다. 잘 찍으라고 포크와 도끼, 잘 풀리라고 두루마리 휴지, 잘 보라고 손거울, 잘 치라고 야구 방망이 등 톡톡 튀는 말 장난 아이디어를 적용한 상품이 쏟아져 나왔다. 장원급제 티셔츠나 수험생의 띠 그림이 그려진 띠 팬티, 등용문 옥도장도 이 시기 수능 선물로 각광을 받았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을 2주일 여 앞두고 백화점 등에서는 벌써부터 수능 상품 모음전을 마련, 건강 보양식이나 합격기원 상품 등을 판매하고 있다. 예년에는 엿과 찹쌀떡으로 대표되던 수능 선물이 이제는 재미와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다양한 주술용품으로 바뀌는 추세다.(2000년 당시 캡션)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합격젖병, 잘 치자 고스톱 떡, 잘 찍어봐 카메라 엿.
등용문 옥도장(1998년)

1980년대 엿ㆍ찹쌀떡

1990년대 포크ㆍ휴지

2000년대 들어 장시간 앉아 있는 수험생의 혈액순환을 돕는다는 자석 팬티를 비롯해 5각형에 번호가 찍혀있어 ‘찍기’용으로 좋다는 수능연필 등 수험생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선물이 등장했다. 휴대폰이 대중화된 2000년대 중반에는 ‘수능대박 송(Song)’으로 만든 휴대폰 벨 소리나 응원 메시지를 담은 휴대폰 배경화면도 선물로 주고받았다.

대입을 향한 열망은 항상 과학적 지식이나 합리적 논리를 초월해 왔다. 2006년 강원 강릉에서는 초속 37m의 강풍에도 떨어지지 않은 사과가 ‘합격 사과’라는 이름으로 출시되기도 했고, 2010년엔 월드컵 축구경기 때 승리 팀을 정확히 예측해 유명해진 ‘점쟁이 문어’ 파울의 캐릭터로 만든 목걸이가 유행하기도 했다.

행운의 부적 배지와 태어난 해 발행된 동전을 지니면 행운이 온다는 속설에 편승한 동전 선물. (1998년)
수능 이벤트. 한 프랜차이즈 레스토랑에서 2008년 수능 합격을 기원하기 위해 10m짜리 합격 면을 제작해 합격을 염원하는 이벤트를 하고 있다.(2007년)
수능시험을 앞두고 한 백화점에서 수능합격기원사과와 2000년 밀레니엄사과 등 이색사과 관심을 끌고 있다. (1999년)

2000년대 5각형 연필ㆍ자석 팬티 등장

2010년대 기프티콘ㆍUSB난로 등 실속형 인기

최근에는 방석이나 무릎담요, 텀블러, USB난로 등 수험생의 건강이나 컨디션 조절용 선물이 인기다. 휴대폰과 같은 디지털 기기 사용이 엄격히 제한되는 까닭에 아날로그 방식의 수능시계도 잘 팔린다. 기프티콘과 같은 모바일 상품권을 SNS를 통해 선물로 주고받는 경우도 갈수록 늘고 있다. 계속된 불황이 이러한 분위기에 한몫을 했다. 서울 서초구의 한 문구매장 관계자는 9일 “예전엔 매대 3~4개를 수능 선물로 채웠는데 요즘엔 1개도 채 못 채울 정도”라며 “실용성 없는 재미 위주의 선물은 물론, 엿이나 찹쌀떡도 이제 잘 안 팔린다”고 말했다.

박서강기자 pindropper@hankookilbo.com

류효진기자 jsknight@hankookilbo.com

최민영 인턴기자(숙명여대 법학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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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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