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유명 사립대의 한 남자 대학원생이 동성 선배로부터 1년 넘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며 자살을 기도했다.
10일 서울 서대문경찰서 등에 따르면 연세대 대학원생 A씨는 이날 서대문구 자신의 자취방에서 쓰러진 채로 소방대원들에게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됐다. 수면제를 다량으로 복용한 것으로 알려진 A씨는 응급실에서 위 세척을 받고 의식을 회복했지만 2, 3일 더 안정을 취해야 하는 상태다.
A씨는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페이스북에 ‘이 글은 유서다’라는 자살을 암시한 글을 올렸고 이 글을 본 지인들이 경찰에 신고했다.
A씨는 연구실의 선배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말과 함께 자살을 위해 스스로 복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약 사진을 함께 SNS에 올렸다.
그는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수차례에 걸쳐 성추행을 당했다”면서 연구실 선배인 B씨가 연구실뿐만 아니라 지방과 해외 출장에서 같은 숙소를 사용하는 동안 자신의 신체 일부를 만지며 추행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피해 사실을 지도교수에 털어놓고 교내 성평등센터, 경찰, 검찰 조사를 거쳤으나 B씨는 교육 이수 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고 밝혔다.
병원에서 만난 A씨의 고교ㆍ대학교 동창 황모(23)씨는 “올 6월 (A씨를) 만났는데 1년 전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했다”면서 “워낙 순하고 착한 친구라 가해자가 사과하면 용서하려 한다고 했는데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A씨의 지인들은 연구실 담당 교수가 B씨를 다시 연구실로 데려오기로 한 데다 전날 B씨가 “A씨의 주장이 허위”라고 말한 것을 듣고 A씨가 자살을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양진하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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