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전쟁ㆍ총선 정국으로 국정 추진력 약화…‘시간 없다’ 조급한 마음
박근혜 대통령의 10일 국무회의 모두발언은 만기친람(萬機親覽) 식으로 24분이나 이어졌다. 박 대통령은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노동개혁ㆍ경제살리기,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까지 거의 모든 국정 현안에 대한 상세한 지침을 쏟아냈다. 총선 정국이 임박한 데다 역사 전쟁이 블랙홀처럼 모든 것을 빨아들여 국정 추진력이 떨어지는 상황에 대해 박 대통령이 그 만큼 조급해 한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박 대통령은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다시 한 번 쐐기를 박았다. 박 대통령은 “현 역사교과서는 우리 현대사를 정의롭지 못한 역사로 부정적으로 묘사하고 있다”면서 6ㆍ25 전쟁과 분단의 책임이 남한에 있다고 서술된 부분, 경제발전을 폄하하고 반(反)기업 정서를 조장하는 부분 등을 일일이 거론했다. 박 대통령이 “이렇게 잘못되고 균형 잃은 역사교과서로 배운 학생들은 대한민국을 태어나서는 안 되는 부끄러운 나라로 인식하게 돼 나라에 대한 자부심을 잃을 수 밖에 없다”고 강조하는 부분에선 목소리가 커지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국회의 민생입법 촉구 발언 수위도 한껏 높였다. 박 대통령은 “국무회의 때마다 법안을 통과시켜 달라고 사정하는 것도 메아리 뿐인 것 같아 통탄스럽다”면서 민생 법안 처리에 협조하지 않는 현역 의원들에 대한 국민 심판론까지 제기했다. 박 대통령은 “국노동개혁과 경제살리기에 나서 달라”고 촉구하는 것에서 한 발 더 나가 근로기준법ㆍ산재보험법ㆍ기간제법 등 노동개혁 5대 입법과 관광진흥법ㆍ국제의료사업지원법ㆍ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경제활성화 법안,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의 내용과 기대 효과를 하나하나 설명했다. 박 대통령의 발언은 200자 원고지 42장 분량에 달했다.
최문선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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