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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의 길 위의 이야기] 모텔에서 하룻밤

입력
2015.11.1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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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에 사는 친구를 만나러 갔다가 혼자 모텔에 투숙했다. 친구 부부는 얼마 전 아이를 봤다. 민폐인 듯해서 집에서 자고 가라는 걸 극구 사양했다. 비 내리는 심야, 유흥가 한쪽 골목에 모텔들이 즐비해 있었다. 대한민국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 나름 신식으로 치장했지만, 방의 모양은 대개 거기서 거기. 커다란 침대와 TV가 있고, 작은 테이블과 냉장고가 놓여 있다. 창문은 밖을 내다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바깥의 시선을 차단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보는 게 더 정확하다. 혼자 누워있으면 방 크기와 상관없이 폐쇄감과 고립감이 몰려온다. 이런 데 들어와서 마음 편하게 잠든 적 있던가. 무슨 부적절한 짓을 하러 들어 온 것도 아닌데, 공연히 마음만 무겁다. 이중으로 잠겨 있는 창을 열어봤다. 맞은편에 비슷하게 서 있는 또다른 모텔. 간판만 비에 젖어 요란하다. 잠깐 머리를 비우고 오랜만에 친구도 만날 겸, 무작정 내려왔던 참이었다. 서울이 감옥처럼 여겨졌던 탓도 있다. 그랬는데, 두어 시간 기차를 타고 내려왔으나 여전히 감옥 속. 욕조에 들어가 우울한 기분을 덮으려 노랠 흥얼거렸다. 낮게 읊조린 소리가 욕실 수증기 속에서 우람하게 부풀었다. 모텔의 뻔한 구조, 서울과 지방이라는 뻔한 도식, 나와 너라는 뻔한 갈등 양상에 대해 생각했다. 어디를 가도 비슷한 모텔 천지인 이 나라의 빡빡한 상상력이 서글펐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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