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인명구조견의 에이스 ‘세중이(저먼세퍼트)’가 이달을 끝으로 은퇴한다.
부산소방본부는 사고현장을 누비며 구조활동의 최전선에서 활약하던 세중이가 나이가 많은 탓에 더 이상 현장 요원으로 활동하기 어렵다고 판단, 구조견 조끼를 벗게 됐다고 10일 밝혔다. 소방본부 관계자는 “세중이의 나이는 아홉살이지만, 사람으로 따지면 63세나 된다”며 “일반 가정에 분양돼 생활활 것”이라고 전했다.
세중이는 2011년 소방본부 부산특수구조단에 배치돼 김용덕(42) 소방위와 팀을 이뤄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사고를 포함해 건물붕괴, 산악조난 등 다양한 사고 현장에 투입돼 사람을 구하는 데 앞장섰다. 현장 출동 횟수만 270건, 구조한 생명만 20명이 넘을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발휘했다. 또 실력을 인정받아 2011, 2012, 2014년 3회에 걸쳐 전국 인명구조견 경진대회 1위를 차지했다. 세중이의 활약에 힘입어 부산소방본부 인명구조견팀은 2011년부터 올해까지 전국 119인명구조견 기관 평가에서 5년 연속 최고 부서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세중이는 처음부터 우등생은 아니었다. 오히려 구조견 시험에서 몇 번이나 미끄러진 낙제생이었다. 엄격한 교육을 거쳐 두 살 때부터 현장에 투입되는 것이 구조견의 일반적 특징이지만, 세중이는 연거푸 낙방하다가 다섯 살인 2011년에야 합격했다.
김 소방위는 “초반엔 명령조차 듣지 않을 정도로 사물에 대한 높은 집중력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다”면서 “그 집중력이 훈련으로 컨트롤되자 수색 현장에서 엄청난 능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5년간 동거동락한 김 소방위와 세중이는 환상의 짝꿍이다. 그들은 사무실에서든 현장에서든 하루 24시간 함께한다. 김 소방위는 세중이 눈만 봐도 목이 마른지 피곤한지 상태를 알 수 있을 정도다. 그래서 이별을 앞둔 그의 마음은 더 짠하다.
김 소방위는 “이제까지 고생하며 살았으니 남은 여생은 좋은 주인 만나 편안하게 지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부산=전혜원기자 iamjh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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