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 의과대학이 연구기금을 기부한 업체에 유리하도록 연구결과를 왜곡하다 발각돼 연구기금을 반납하는 수모를 당했다.
콜로라도 대학은 최근 코카콜라 컴패니의 기부금 100만 달러(약 11억 5,800만원)를 반납했다고 CNN이 9일 보도했다. 코카콜라는 이 대학에 ‘비만’ 관련 연구기관 설립에 자금을 기부했다.
코카콜라의 자금을 받은 이 대학 연구기관인 ‘글로벌 에너지 밸런스 네트워크’는 연구결과를 발표하면서 의도적으로 비만과 탄산음료의 상관관계를 축소해 설명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 기관은 이제까지 비만은 식습관이 아니라 운동량과 깊은 연관이 있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이 과정에서 탄산음료와 비만의 상관관계는 철저히 경시했다.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만성 질병과 비만의 해결법으로 운동을 추천하면서도, 음식이나 음료에 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이 기관의 스티븐 블레어 부회장은 과거 “탄산음료나 패스트 푸드가 비만의 원인이라는 명백한 증거가 없다”며 “오히려 근거 없이 이런 주장을 하는 언론이 문제”라고 강변하기도 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가 올 8월 “코카콜라가 여러 의료기관에 재정지원을 하며 그 대가로 패스트푸드 열량이 비만에 미치는 영향을 축소 발표하도록 입김을 넣었다”고 보도하기 시작했다. 이 신문은 또 지난 6일 코카콜라가 미국 소아청소년과 학회(AAP)에는 300만달러(34억 7,400 만원)를, 미국 영양학회(AND)에는 170만달러(19억 6,800만원)를 지원했다고 폭로했다. 결국 무타 켄트 코카콜라 회장은 2010년부터 건강 학술지에 1억2,000만 달러를 기부하고 의료집단과 제휴 관계를 맺어 비만 요인을 왜곡하도록 했다며 사실을 인정했다.
이후 콜로라도 대학도 “비만은 심각한 건강문제에 속한다”라며 “대기업의 자금이 연구단체의 본 목적과는 다른 방향으로 쓰일 수 있기 때문에 기부금을 돌려주겠다”고 뒤늦게 반성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미국의 비영리 기관인 ‘공익을 위한 과학센터(CSPI)’의 마이클 제이콥슨 회장은 “늦은 감은 있지만 콜로라도 대학이 돈을 되돌려주는 것이 올바른 결정”이라며 “코카콜라와 같은 대기업의 자금을 받은 다른 연구단체가 각성할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전영현 인턴기자(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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