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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북스토리] 대통령과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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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북스토리] 대통령과 개

입력
2015.11.10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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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케네디 대통령과 그의 반려견 찰리. 사진: lancer-lace.tumblr.com
미국 케네디 대통령과 그의 반려견 찰리. 사진: lancer-lace.tumblr.com

권력의 개. 언론 기사 제목에 흔히 쓰이는 마땅찮은 관용구다. 이 말은 개를 사람의 지시에 무조건 복종하는 대상으로 만들어 버린다. 개는 사람과 감정, 생각 등을 나누고 교류할 수 있는 명백한 주체이다. 한 마디로 뜬금없는 사람이 나타나 ‘꼬리 흔들어!’라고 명령한다고 무조건 꼬리를 흔드는 그런 자동반사 기계가 아니라는 뜻이다.

게다가 권력의 개라니. 개는 권력이나 돈 꽤나 있다고 어깨에 힘들어간 사람한테는 관심이 없다. 힘, 돈, 외모, 학력 등의 하찮은 것들로 상대를 판단하지 않는 동물이다. 물론 판단하기도 하는데 사랑, 우정, 믿음이 그 기준이다.

그래서일까. 최고 권력을 가진 이들에게 개는 가족이자 친구였다. 꼬리치라고 명령하면 자동반사로 꼬리를 치는 ‘권력의 개’에게 둘러싸인 최고 권력자는 외로웠을 테고 입을 꾹 다문 채 곁을 지켜주는 든든한 친구로 개를 선택한 것이다. 그래서 역사 속 많은 권력자 이야기에 개가 자주 등장한다.

영국 수상이었던 윈스턴 처칠은 불도그를 닮아서 불도그와 살았다고 많이 생각하는데 실제로 처칠의 개는 푸들 루퍼스였다. 어느 날 영화를 함께 보는데 악당이 개를 죽이는 장면이 나오자 처칠은 루퍼스의 눈을 가리면서 이렇게 말한다.

“얘야, 이 장면은 보지 마라. 내가 나중에 얘기해줄게.”

처칠은 루퍼스를 어느 곳이나 데리고 다녔다. 심지어 미국 대통령 루스벨트와 미국 전투함 어거스트에서 2차 대전의 향방을 결정짓는 중요한 문제를 논의할 때도 데리고 갔다. 마침 루스벨트도 그의 개 팔라를 데리고 와서 루퍼스와 팔라는 전함에서 즐겁게 놀았다.

때로 개는 대통령이 업무를 잊고 편하게 대화할 수 있는 상대가 되어주기도 한다. 지배 성향이 높고 수직 구조에 위배되는 어떤 행동도 용납하지 않았던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최고사령관으로 북아프리카에서 작전을 수행할 때에도 그의 개 카키와 함께 했다. 그는 아내에게 이런 내용의 편지를 보낸다.

‘개와의 우정은 아주 고귀한 것이다. 카키는 나를 위로하기도 하고 기분 전환도 시켜준다. 그리고 카키는 내가 전쟁 이야기를 빼고 대화할 수 있는 유일한 친구이다.’

대통령의 중요한 결정에 큰 역할을 한 개가 또 있으니 케네디 대통령의 찰리이다.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당시, 러시아와 미국 함대가 대치하고 있는 전시와 같은 상황에서 고뇌하던 케네디는 집무실로 찰리를 데려오라고 지시한다. 그리고는 무릎에 앉은 찰리를 한참 쓰다듬더니 “이제 뭔가를 결정할 시간인 것 같군요.”라며 행동 방향을 결정했다.

이렇듯 꽤 많은 권력자들이 중요한 결정의 순간에 개에게 용기와 지혜를 구했다. 그런데 요즘 이어지는 국정 난맥상을 보니 우리 대통령 곁에는 무조건 예스라고 반응하는 ‘권력의 개’ 말고 지혜를 전하는 진정한 개는 없나보다.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은 대관식을 마치고 집에 오자마자 무거운 옷을 벗어 던지고 그의 개 대쉬를 목욕시켰다. 왕관의 무게를 기꺼이 나눠지는 것도 개이다.

김보경 책공장 대표

참고한 책: 개는 왜 우리를 사랑할까· 스탠리 코렌·들녘▶동그람이 페이스북 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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