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의 신작 영화 ‘옥자’에 미국의 거대 콘텐츠 유통사 겸 제작사인 넷플릭스가 투자키로 했다. ‘월드워 Z’와 ‘킥애스’ 시리즈, ‘노예 12년’ 등을 제작한 할리우드 중견 영화제작사 플랜B엔터테인먼트는 공동제작사 참여키로 해 ‘옥자’가 대형 글로벌 프로젝트로 진화하고 있다.
‘옥자’의 제작사인 옥자SPC는 10일 보도자료를 내고 넷플릭스의 투자와 플랜B엔터테인먼트의 공동제작을 발표했다. 전세계적으로 히트한 드라마 시리즈 ‘하우스 오브 카드’를 제작한 넷플릭스는 인터넷을 이용한 콘텐츠 유통으로 방송과 영화 배급 시장의 급변을 주도하고 있는 회사다. 기존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들과 달리 아프리카 내전의 소년병을 소재로 한 캐리 후쿠나가 감독의 ‘비스트 오브 노 네이션’ ‘와호장룡2’ 브래드 피트 주연의 ‘워 머신’ 등 독창적인 소재의 영화에 투자하며 최근 할리우드 지각 변동도 시도하고 있다. 전세계 6,900만명의 가입자를 거느린 세계 1위 주문형비디오(VOD) 서비스 업체로 2016년 한국 시장 진출을 공식 선언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공동제작사로 합류한 플랜B엔터테인먼트는 ‘디파티드’와 ‘트리 오브 라이프’ ‘셀마’ 등의 영화에 공동제작사로 참여했다.
봉 감독은 “신작 ‘옥자’를 만들기 위해 두 가지가 필요했다”며 “전작 ‘설국열차’보다 더 큰 예산과 완벽한 창작의 자유라는 동시에 얻기 힘든 이 두 가지를 넷플릭스가 제공했다”고 밝혔다. 그는 “감독으로서 진정 환상적인 기회”라며 “‘옥자’에도 플랜B 특유의 저돌적인 에너지가 뒤섞이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투자 확정과 함께 봉 감독은 괴수 영화로 알려지며 온갖 추측이 난무했던 ‘옥자’의 정체성에 관해 직접 언급했다. 봉 감독은 “이 영화는 ‘옥자’라는 이름의, 사연 많은 동물과 어느 산골 소녀의 뜨거운 우정에 관한 이야기”라며 “영화 속 ‘옥자’라는 동물은 무서운 괴수가 전혀 아니고 덩치만 클 뿐 착하고 순한 동물이다”고 밝혔다.
2016년 상반기 한국과 미국 뉴욕에서 촬영을 시작하는 ‘옥자’는 영국 유명 배우 틸다 스윈튼과 할리우드 배우 제이크 질렌할, 폴 다노, 켈리 맥도날드 등이 출연한다. 2017년 개봉 예정이다.
라제기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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