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면세점 특허권 결정이 4일(14일) 앞으로 다가왔다.
면세점 전쟁이 막판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승자는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관세청의 '정책'과 참가 기업의 '논리'가 승부의 '키'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7월 1차 면세점 전쟁은 관세청의 '탈 도심 정책'과 맞아 떨어진 HDC신라와 한화갤러리아가 승리의 꿀맛을 봤다.
현재 롯데·SK·신세계·두산이 서울시내 면세점에 출사표를 내고 끝장 승부를 펼치고 있다.
올해 특허가 만료되는 곳은 서울 면세점 3곳과 부산 면세점 1곳으로 서울 워커힐면세점(11월 16일 만료), 롯데면세점 소공점(12월 22일 만료), 월드타워점(12월 31일 만료)과 부산 신세계조선호텔면세점(12월15일 만료)이다. 관세청은 민관합동특허심사위원회를 통해 사업자를 선정한다.
서울 면세점에 출사표를 던진 4개 기업을 점검했다.
▲두산, '확신' 저가 구매 관광객 흡수
두산은 지난 7월 HDC신라면세점처럼 확신에 차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도 가장 적극적이고 가장 유력한 후보로 평가하고 있다. 최근 두산은 면세점을 위한 실탄 확보를 위해 '방산 부문'을 정리하기로 했다. 이미 10월 초부터 내정설이 나돌았을 정도다.
두산은 '동대문 미래창조재단'을 출범시키며 동대문 상권 활성화와 함께하는 대기업 상생모델을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박용만 두산 회장은 이번 재단 출범에 사재 100억 원을 출연하는 등 열의를 보이고 있다. 두산은 서울시내면세점 세 곳에 모두 지원했고 면세점 후보지는 동대문 두산 타워다.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이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맡고 있는 것도 장점이다. 특허 심사를 바꾼 것도 면세점 사업의 진입문을 넓히자는 취지라는 점에서 보면 두산이 특허를 거머쥘 가능성은 충분하다. 특히 두산이 기존의 면세점과 달리 저가 구매 관광객을 다수 흡수하겠다는 전략도 특이점이다. 이전까지는 면세점 특허를 노리는 기업들은 고가 관광객 유치를 위해 노력했다. 두산타워는 기존 입지인 명동 등과는 차별화 된다.
하지만 약점도 있다.
두산은 과거 소비재가 주를 이뤘으나 최근까지 중공업에 집중하고 있었다. 기본적으로 유통업인 면세점 사업에 적임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또 주력기업인 두산중공업과 두산인프라코어, 두산건설 등이 올 상반기 수천억원대의 영업 적자를 보고 있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 A는 "중공업이 좋을 때는 관심도 없다가 그룹이 어려워지고 돈이 된다고 하니 끼어드는 것 같다. 면세점은 전문인력과 노하우가 없으면 성공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롯데, '수성' 잠실은 빼앗길 수 도 있다.
먼저 면세점업계 1위인 롯데에게 이번 면세점 전쟁은 수성전이다. 롯데본점과 월드타워점을 지켜야 한다. 롯데는 기업공개와 순환출자 해소와 맞물린 만큼, 사활을 걸고 진행 중이다. 앞으로 5년간 이들 면세점에 1조 원 이상을 투자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신동빈 롯데 회장은 "중소·중견기업과의 상생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취약 계층이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균형 있는 관광 인프라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한편 일자리 확대에도 앞장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롯데는 35년간 닦아온 경험과 압도적인 관세청 인맥이 강점이다. '일본기업'·'형제의난'·'세키가하라전투'·'고려장' 등등 최근 롯데에 불리한 단어가 쏟아져 나왔지만 누구도 롯데가 소공동과 잠실 면세점 두 곳을 모두 잃을 것으로 보지 않는다. 그만큼 면세점 업계에서 롯데의 아성은 높다. 만약 최근 다시 두드러진 동주-동빈의 법정투쟁이 없었다면 두 곳 모두 롯데의 승률은 100% 였다.
그러나 오너일가의 법정 투쟁은 롯데에 다시 한번 위기를 초래했다. 현재 업계에서는 롯데가 둘 중 하나는 빼앗길 수 있다는 분위기다. 특히 9일 터진 롯데건설 비자금·롯데홈쇼핑 재승인 논란·롯데마트 갑질 논란 등 불미스러운 사건은 롯데가 최소한 한곳을 양보해야 하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 롯데가 잠실 월드타워점 사수에 실패할 경우 면세점업계 1위 자리를 내주는 것은 물론, 그룹의 롯데호텔 상장계획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업계관계자 B는 "롯데는 면세점에서 대단히 강하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라면 정서상 롯데에 두 곳을 모두 몰아주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신세계, '재생' 명동 뛰어넘는 남대문
신세계는 가장 의지 있는 면세점 재수생이다. 7월 1차전에 비해 더 큰 그림을 그리며 승리를 위한 열망을 감추지 않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세상에 없던 면세점을 만들어야 한다"고 면세사업에 대한 자신의 구상을 밝혔다. 신세계는 서울시내 세 곳에 모두 지원했고 면세점 후보지는 신세계백화점 본점의 신관이다.
신세계는 논리에선 가장 앞서 있다. 핵심은 남대문 시장의 재생이다. 재생이라는 단어는 혁신·창조 등의 단어보다 더욱 친숙하고 안정감을 준다. 과거의 영화를 다시 누리게 하겠다는 표현이다. 신세계는 면세점을 유치한 후 남대문 시장과의 상생을 통해 남대문 시장을 세계적인 재래시장으로 만들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각 기업들의 논리 중 가장 차별화 되고 설득력 있는 논리다. 또 약점으로 지적되던 '최 고위층(오너) 영업력 미약'부분도 최근 정용진 부회장의 '세상에 없던 면세점 만들자'라는 일성으로 해소됐다.
약점은 여전히 롯데다. 롯데 본점과 지척이고 롯데의 견제가 강하다는 점이다. 또 항상 차가 밀리는 도심이라는 점도 약점이다. 업계관계자 C는 "7월 실패 후 많은 공부를 한 것 같다. 7월 약점은 더 이상 약점이 아니다"며 "소공동 롯데면세점에 비해 모든 부분에서 밀릴 것이 없다. 관세청에서 꼬투리를 잡기도 애매할 것이다"고 평가했다.
▲SK, '최선' 워커힐 +α
최태원 SK 회장은 지난 23년간 면세사업을 운영해온 경험은 물론 SK그룹의 모든 역량을 모아 국내 최대 면세점의 자리를 노리겠다는 계획이다.
먼저 국내 유일의 카지노와 면세점을 만날 수 있는 워커힐을 수성하고 동대문 케레스타를 입지로 사업을 넓힐 계획이다. SK네트웍스는 기존의 워커힐과 월드타워점에 도전장을 던진 상태다.
이미 면세점 사업자인 SK네트웍스는 투자를 시작했다. SK네트웍스는 지난해부터 800억 원을 투자해 워커힐 면세점의 면적을 현재 대비 2.5배 규모로 키우는 리노베이션 작업을 실시하고 있다. SK네트웍스는 "대대적인 확장 리노베이션을 마치고 다음 달 워커힐 면세점이 새로 오픈 하면 면적이 소공동 롯데면세점에 필적하는 대규모 면세점이 탄생하게 된다"며 "2020년까지 매출 1조 4000억원을 달성해 아시아를 대표하는 프리미엄 면세점으로 키울 것이다"고 밝혔다.
하지만 SK네트웍스의 적극성과는 달리 업계 평가는 부정적이다. 워커힐점도 수성이 위태로울 수 있다는 평가다. 접근성은 타 후보지에 비해 확실히 떨어진다.
셔틀버스를 운영하고 있기는 하지만 순수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해 워커힐 면세점에 가려면 지하철과 버스를 갈아탄 뒤 언덕길을 10분 가까이 걸어야 한다. 타 면세점에 비해 조건이 열악하다.
업계 관계자 D는 "동대문은 강력한 경쟁자인 두산이 있다. 새로운 시장은 물론 워커힐도 불안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채준 기자 dooria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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