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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석유 자본에 맞섰던 켄 사로위와

입력
2015.11.1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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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1월 평화행진을 이끄는 켄 사로위와. www.africansuccess.org에서.
1993년 1월 평화행진을 이끄는 켄 사로위와. www.africansuccess.org에서.

서아프리카 나이지리아는 1960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했다. 하우사 족, 풀라니 족 등 5개 대부족을 포함 250여 개 부족이 63년 연방제공화국을 이뤘으나 부족간 갈등이 적지 않아 반란과 쿠데타가 빈발했다. 혈통 뒤에 도사린 유혈의 원인은 원유였다. 나이지리아는 아프리카의 대표적 산유국으로 원유가 총 수출의 약 90%를 차지한다.

남부 나이저강 하구 삼각주 원유 주산지는 소수부족 오고니족의 근거지. 그들은 다국적자본의 개발과 정유 폐기물로 병든 땅에서 잦은 무력 충돌로 이중의 고통을 겪어야 했다.

켄 사로위와(Ken Saro-Wiwa, 1941~1995)는 오고니 족 출신의 작가이자 인권ㆍ환경운동가. 나이저 델타의 보리(Bori)라는 마을 부족장의 아들로 태어나 이바단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뒤 잠깐 정부 시민청 공무원으로 일했고, 작가로서 소설과 드라마 대본 등을 썼다. 한 소년의 시선으로 내전 참상을 그린 소설 ‘소자 보이(Sozaboy)’, 전쟁 체험 논픽션 ‘어스름 평원에서 On a Darkling Plain’ 등을 썼고, 풍자극 시리즈 ‘바시 앤 컴퍼니(Basi & Company)’는 통산 시청자가 3,000만 명에 이를 만큼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그가 인권ㆍ환경운동가로 나선 건 1990년 무렵부터다. ‘오고니 족 생존권운동(MOSOP) 멤버로서 정부와 다국적기업, 특히 로열더치셀에 맞서 오고니 자치권과 원유 개발 수익금 분배 정의, 토양ㆍ수질오염 폭로 및 저지운동을 벌였다. 93년부터는 나이지리아 소수민족 인권연대기구인 UNPO(Unrepresented Nations and Peoples Organizations)의 부의장으로 다양한 평화 집회와 시위를 이끌었다. UNPO가 93년 1월 주최한 델타지역 4개 도시 평화행진에는 오고니 족 전체 인구의 약 절반인 30만 명이 참가했다. 그 해 정권은 또 다른 군사독재자 사니 아바차(Sani Abacha, 93~98년 집권)에게 넘어갔다.

95년 켄 사로위와의 사형 집행 반대 시위를 벌이는 국제앰네스티 회원들. www.amnesty.org
95년 켄 사로위와의 사형 집행 반대 시위를 벌이는 국제앰네스티 회원들. www.amnesty.org

이듬해 5월 그는 친정부ㆍ친개발 진영 오고니 족 인사 살해 사주 혐의로, MOSOP 지도부 8명과 함께 연행됐다. 그는 변호사도 없이 진행된 특별군사재판에서 사형을 선고 받는다. 훗날 밝혀진 바 증인들은 정부 뇌물과 로열더치셸 취업 미끼에 현혹돼 거짓 증언을 했다.

국제앰네스티 등 인권단체는 그의 투옥과 재판의 부당성을 알리며 나이지리아 정부를 비난했고, 옥중의 켄 사로위와에게 인권 노벨상으로 불리는 ‘생존권상(Right Livelihood Award)’과 ‘골드만 환경상(Goldman Environmental Prize)’를 수여했다. 20년 전인 오늘(11월 10일) 사로위와는 MOSOP 지도부 8명과 함께 교수형 당했다. 독재자 아바차는 98년 심장마비로 숨졌다.

국제 비영리 공익법률그룹인 기본권보장센터(CCR) 등은 96년 유족 위임을 받아 로열더치셸이 나이지리아에서 행한 반 인권행위에 대한 소송을 뉴욕연방지방법원에 제기했고, 로열더치셸은 2009년 판결 직전 1,550만 달러의 위로금으로 유족들과 합의했다.

최윤필기자 proos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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