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베이(대만)=한국스포츠경제 김주희] "약이 될 겁니다."
김현수(27·두산)의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그대로 무너지지 않겠다는 야구 대표팀의 의지가 고스란히 전해졌다.
프리미어 12 한국 야구 대표팀이 9일 일본 삿포로를 떠나 대만 타이베이에 도착했다. 이제 남은 조별 예선 4경기 준비에 본격적으로 돌입한다. 대표팀의 분위기는 이전보다 더욱 차분했다. 전날(8일) 삿포로돔에서 열린 일본 대표팀과의 개막전 패배의 여파가 아직 가시지 않은 듯했다. 하나 같이 무표정으로 입국장을 빠르게 빠져나갔다.
대표팀은 일본과의 개막전에서 선발 오타니 쇼헤이(니혼햄)에 막혀 6이닝 동안 단 2개의 안타를 때려낼 만큼 꽁꽁 묶였고, 결국 0-5로 무기력하게 패했다. 힘 한 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지면서 아쉬움은 더 커졌다. 타이베이 입성 직후 만난 김인식 대표팀 감독은 "KBO리그에서 그만한 볼을 쳐보기 힘들었다. 오타니도 평소 자신의 공보다 시속 3~4km 더 던지더라"며 혀를 내둘렀다.
하지만 무의미한 패배는 없다. 처음부터 센 상대를 만난 것이 오히려 더 도움이 될 수 있단 평가다. 김 감독은 "경기에서 졌지만, 그런 공을 쳐봤다는 게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시즌이 끝난 뒤 한 동안 실전 경기를 치르지 않아 타격감이 떨어져 있던 타자들이 오타니의 빠른 공을 보며 타격감을 조율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선수단도 마음을 다시 한 번 다잡았다. 김현수는 전날 경기 결과에 대해 "개인적으로도 많이 실망했다. 보시는 분들도 실망하셨을 거라는 걸 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하지만 아직 조별 예선은 4경기가 남아있다. 김현수는 "선수단도 졌지만 분위기가 다운되지 않게 하려고 하고 있다"며 "(전날 패배가) 분명히 약이 될 거고, 약이 돼야 한다"며 승리를 향한 의지를 드러냈다.
주장 정근우(33·한화)도 앞장서서 선수들을 독려하고 있다. 김현수는 "정근우 선배님이 '1라운드로 끝나는 단판제가 아니다. 진 건 진 거지만, 기회가 없는 게 아니다. 본선에 올라가서 반드시 다시 (일본과) 붙자'고 하셨다"며 선수단의 결의에 찬 다짐을 전했다.
대표팀은 11일 도미니카와 경기를 갖고, 12일 베네수엘라, 14일 멕시코, 15일 미국과 조별 예선을 치른다.
타이베이(대만)=김주희 기자 juhee@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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