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원 대림성모병원 원장 "해석에서 모호한 것이 대부분" 신중론

김성원 대림성모병원 원장은 최근 의료계 일각의 무분별한 유전자 분석에 대해 “해석적 측면에서 모호한 것이 대부분”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대림성모병원 제공

한국 여성의 유방암 발생에서 두드러진 점은 젊은 층 발병률이 높다는 것이다. 이는 생활패턴의 급속한 서구화 때문으로, 한국유방암학회가 30세 이후 매달 유방 자가검진을 권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유방암은 조기 발견해 치료하면 5년 생존율이 90%가 넘는 데도 현재 검진율은 높지 않다. 30~40대의 자가검진율은 13.5% 선이고, 유전자 변이가 원인인 이른바 ‘유전성 유방암’으로 눈을 돌리면 사정이 더 심각해, 유전자 변이가 있음에도 정기 검진을 받는 사람은 4명 중 1명에 불과하다.

김성원 대림성모병원 원장(한국유방암학회 홍보이사)을 최근 만나 유방암과 유전성 유방암에 대해 물었다. 2000년 초부터 유전성 유방암 연구에 매달려 온 권위자인 김 원장은 유전성 유방암의 치료율 향상을 위한 해법으로 ‘환자 감시(surveillance) 강화’를 손꼽았다. 김 원장은 “유전자 변이가 있어 철저한 관리가 필요한데도 현재 4명 중 3명은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며 “더 어린 나이부터, 검사를 자주 받을수록 사망률이 낮아진다는 뚜렷한 증거가 있으므로 일반인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최근 국내 의료계 일각에선 유전자 검사가 무분별하게 이뤄지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GS) 등 기술 발전에 따라 개인의 전체 유전자 해독 비용이 1억원 선에서 최근 100만원 안팎까지 떨어진 데 따른 것이다. 의료계 일부 기관과 병원은 이런 유전자 분석 서비스를 건강검진에 패키지로 묶어 1,500만원 안팎의 고가에 제공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김 원장은 유전자 분석 서비스와 관련, “해석적 측면에서 모호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신중론을 폈다. 한 개의 유전자 변이에 따른 암 발생률 편차도 적게는 20%에서 많게는 70%에 이르는데, 2~3만개의 유전자들의 복합적 상호작용 결과를 분석한다는 건 사실상 의미가 없다는 설명이다. 현재 유전자 변이와 암 발생의 인과관계가 뚜렷이 밝혀진 것은 유전성 유방암ㆍ대장암ㆍ갑상선암 등 일부에 그치고 있다. 김 원장은 “제대로 된 유전상담이란 좋은 점과 더불어 나쁜 점도 꼭 설명해 줘야 한다”며 “검사 결과에 따른 환자들의 정신적 스트레스와 사회적 차별, 보험에서의 차별 등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아는 게 병’이라고, 자칫 검사결과가 자살이나 이혼 등에 따른 가정 붕괴 등 만만찮은 후유증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개인의 전체 유전자를 분석해 각종 질병의 위험을 미리 밝히는 지노믹카운슬링(genomic counseling)은 이런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발전시켜야 할 의학 분야다. 김 원장은 유전상담에 대한 수가 인정과 유전자 해석의 가이드라인 마련을 유전상담 정착의 선결 과제로 꼽았다. 김 원장은 “유전자 검사가 대중화 할수록 상담사도 늘어야 하지만, 상담에 대한 수가 인정이 안 되고 있어 병원들이 고용을 꺼린다”고 했다. 유전자 해석의 가이드라인과 관련해서는 “빈혈치는 정상인 12, 여성 11 이상이면 정상이라는 ‘컷오프’가 있지만 지노믹카운슬링에는 이게 없다”며 “컷오프를 어느 선으로 정하느냐에 따라 정상이 1만명이 될 수도, 단 한 명이 될 수 있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최근 들어 유전성 유방암에서는 각종 표적치료제가 쏟아져 나와 치료에 속속 도입되고 있다. 김 교수는 항암제와 함께 1차 치료제로 쓰이고 있는 표적치료제인 허셉틴에 대해 “her2 유전자가 있는 여성에서 이 약의 사용 여부에 따라 사망률이 20~30% 차이 난다”고 긍정 평가했다. 김 원장은 이른바 ‘3중음성 유방암’은 유방암 정복을 위해 ‘넘어야 할 산’이라고 했다. 3중음성이란 유방암의 가장 중요한 타겟인 에스트로겐 수용체, 프로게스테론 수용체, her2 수용체 가운데 어느 하나도 없는 환자로, 이 경우 호르몬치료도 못 하고 허셉틴도 못 쓰기 때문에 사실상 치료가 어렵다.

유방 검진을 과연 몇 살 때부터 시작해야 좋은지를 둘러싼 논쟁은 얼마전까지 세계 유방암학계를 달군 이슈다. 사회주의 의료 체계를 도입한 영국에선 50세부터 3년마다 할 것을, 미국에선 40세부터 2년마다 또는 1년마다 해야 한다는 등 의견이 분분했다. 김 원장은 이에 대해 “그 나라의 복지수준에 따라 달라져야 할 것”이라면서도 “더 젊어서부터, 더 자주 할수록 진단율이 높아진다는 데엔 이론의 여지가 없다”고 했다. 그는 이어 “다만 40~50세 사이 맘모그램(X선 유방촬영술) 촬영의 정확도는 아직까지 미지수”라며 “50~70세는 확실히 사망률 감소와 연관성이 있는데 반해, 40~50세는 그렇지 않다”고 했다.

송강섭기자 erics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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