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저씨, 춥죠. 밥도 주고 따뜻하게 겨울 지낼 곳이 있어요.” 노숙자 쉼터에서 한겨울을 보낼 생각에 걱정이 많은 B씨에게 건네는 민간응급구조대원의 말이다. 이 구조대원은 자기가 다 알아서 할 테니 겨우내 지방에 있는 한 정신병원 입원병동에서 따뜻하게 지내라고 했다. “여기 있던 이씨, 최씨가 어디 갔나 했더니 다 거기로 갔구먼….”
구조대원을 따라나선 B씨는 지방 정신병원 폐쇄병동에 입원했다. 진단결과는 우울증. “하기야 내가 사업 망하고 5년 넘게 길가에서 살았으니 우울증이겠지.” 주위를 둘러보니 사지 멀쩡한데 병동에 있는 사람들도 많았다.
‘땅 딛는 기쁨을 아세요? 걷는 자유라는 거 무시 못해요. 길거리 다니면서 맛있는 거 사먹고, 여행가고, 그런 게 바로 땅 딛는 기쁨이란 걸, 시설에서 나오면서 느꼈어요. 어디든 다녀볼 수 있고, 공부도 할 수 있고, 사람도 만나고 그런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요. 10년 동안 있었던 시설에는 인권이 없었어요. 10년 세월이 내 인생에서 없어져 버렸어요.’(책 ‘나를 위한다고 말하지 마’ 중)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cj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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