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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공육 섭취 괜찮다고 하지만... 그래도 불안하면 김치 곁들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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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공육 섭취 괜찮다고 하지만... 그래도 불안하면 김치 곁들여라

입력
2015.11.09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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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최근 소시지와 햄, 베이컨 등 가공육을 ‘1군 발암물질’로 규정했지만 한국인의 가공육 섭취는 우려할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뉴시스

세계보건기구(WHO)가 최근 소시지와 햄, 베이컨 등 가공육을 ‘1군 발암물질’로 규정하면서 가공육에 대한 불안감이 극도로 치닫고 있다. 하지만 국내 전문가들은 “한국인의 가공육 섭취는 우려할만한 수준은 아니다”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우리 국민의 가공육 섭취량은 하루 평균 6.0g 정도이기 때문에 발암성을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고 공식 발표했다.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소시지와 햄, 통조림, 말린 고기 등 가공육을 매일 50g을 섭취하면 직장암에 걸릴 위험이 18%로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를 들며 가공육을 ‘1군 발암물질’에 포함시켰다. 또 소고기와 돼지고기 같은 붉은 고기(적색육)도 하루 100g 이상 먹으면 발암 위험이 17% 높아진다며 ‘2군 발암물질’로 규정했다. WHO가 규정한 1군 발암물질로는 술ㆍ담배ㆍ석면 등이 있고, 2군 발암물질로는 제초제 등이 포함돼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발암물질 분류

자료: 국제암연구소(IARC)

“가공육ㆍ붉은 고기 발암물질 분류 과민 반응 불필요”

국내 전문가들은 “양질의 동물성 단백질, 철분, 칼슘 등이 풍부한 고기를 즐기되 가공육이나 고기를 과다 섭취하는 것은 피하면 괜찮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지나친 육류 섭취는 심장병, 당뇨병 등 다른 질병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라며 “1군 발암물질 분류에 너무 과민 반응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백형희 단국대 식품공학과 교수는 특히 “가공육이 1군 발암물질로 분류됐다고 해서 가공육 섭취가 흡연이나 석면만큼 위험하다는 뜻은 아니다”라며 “WHO의 분류는 가공육이 암을 유발한다는 과학적 증거가 충분하다는 의미이지, 위해 정도를 평가하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WHO가 매일 섭취 시 암 발생률을 높일 수 있다고 밝힌 가공육 50g은 핫도그형 소시지 1개 또는 비엔나 소시지 5개 정도다. 하지만 국민건강영양조사(2010~2012년)에 따르면 한국인의 평균 1일 가공육 섭취량은 6g 정도에 불과하다. 가공육을 많이 먹는 순서로 상위 5% 이내에 든 사람은 하루 14g, 1% 이내인 사람은 151g을 섭취한다. 또 소고기, 돼지고기, 양고기, 염소고기 등 적색육의 1일 평균 섭취량은 56g으로 WHO가 문제 삼은 하루 100g 이상의 절반 수준이다.

적색육 섭취량이 많은 순서로 상위 5%는 하루 302g, 상위 1%는 886g을 섭취한다. 권훈정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이처럼 과도한 양을 섭취하는 사람들은 가공육과 적색육 섭취를 줄일 필요는 있다”고 했다.

그렇지만 최윤재 서울대 농생명공학부 교수는 “우리나라 노인의 90% 이상이 현재 적색육 등 육류 섭취가 부족한 상태”라며 “정부가 각 연령대ㆍ성별 적정 육류 섭취량을 하루 속히 마련해 국민에게 적절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 교수는 “미국인들은 한국인들보다 가공육을 10배가량 더 먹고 있다”며 “우리나라 사람들은 건강을 생각해서 지금보다 2~3배 더 먹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창식 서울아산병원 암병원장은 “햄ㆍ소시지와 붉은 살코기를 과다 섭취하는 것은 현재 크게 늘어나고 있는 대장암을 일으키는 요인”이라면서도 “그 유해성을 술, 담배 등과 비교하면 조족지혈(鳥足之血)”이라고 했다. 유 원장은 “만일 술ㆍ담배를 많이 하면서, 운동도 잘 안하고 비만이라면 1주일에 3~4번씩 부대찌개를 먹는다면 위험요소가 가중되면서 문제가 될 수 있다”며 “하지만 일반인이 한 달에 1~2회 부대찌개를 먹거나 1주일에 1~2회 햄이 들어간 샌드위치나 소시지가 들어간 핫도그를 먹는다면 대장암에 걸릴 지 않는다”고 했다.

/그림 2 소비자가 서울 시내 한 마트에서 가공육을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직화 구이 피하고, 칼슘 충분히 섭취해야

WHO 산하 IARC가 문제를 삼는 가공육 내 발암가능 성분은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 이환방향족아민(HCA), 니트로스아민 등이다.

김형식 성균관대 약대 교수는 “PAH와 HCA 등을 최대한 적게 섭취하려면 고기를 직접 불에 직화해 구워먹지 말고 삶거나 익히는 등 고기에 열은 가급적 낮게, 짧게 가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가공육이나 적색육의 발암 위험성을 예방하려면 칼슘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정상희 호서대 임상병리학과 교수는 “WHO 산하 IARC 보고서에서 칼슘을 섭취하려면 가공육이나 적색육에 의한 암 발생 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직접 밝혔다”며 “IARC가 평가에 참고한 문헌에는 클로로필(엽록소), 폴리페놀, 비타민 C, 비타민 E 등이 암 발생을 차단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고 했다.

김치가 소시지, 햄 등 가공육으로 인한 발암 가능성을 낮춰 주는 최고의 음식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이동호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가공육과 적색육을 섭취할 때 김치를 곁들이면 발암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했다. 이 교수는 “암은 염증에서 출발하며, 누적된 염증 물질이 유전자(DNA) 손상을 일으켜 암으로 진행된다”며 “식물성 유산균이 풍부한 김치를 즐겨 먹으면 장내 염증은 물론 암의 악화ㆍ전이 과정을 억제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김치에 든 유산균이 대장암 예방은 물론 초기 대장암부터 진행 암까지 억제할 수 있는 유익한 프로바이오틱스(건강 증진 효과를 가진 미생물)란 것이다. 특히 김치의 양념으로 사용되는 마늘, 생강 등에 염증 억제 성분이 다량 포함돼 있어 가공육ㆍ적색육의 PAHㆍHCA 등 일부 발암 성분의 독성을 상쇄해준다는 것이다.

박건영 부산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김치 유산균은 면역 세포인 T세포를 활성화시켜 암 세포 증식을 억제하고, 암을 유도하는 효소 생성을 차단하며, 발암물질에 달라붙어 함께 분해되거나 체외로 배설된다”고 했다. 박 교수는 또한 “김치 유산균은 소시지 등 가공육의 아질산나트륨(아질산염)을 줄이는 데도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박민선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모든 것은 균형의 문제”라고 했다. 박 교수는 “몸에 좋다는 과일도 지나치면 당뇨병과 비만을 일으킨다”며 “붉은 고기 섭취가 건강에 무조건 해롭다면 추운 내륙지방에서 붉은 고기 위주로 식생활을 해온 몽골인은 멸종했어야 한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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