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해력과 청해력은 시험 공부만을 위한 게 아니다. 똑같은 상황이 실제 대화에서 벌어질 때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면 어떨까. 남녀 사이에 오가는 말을 보면 문장의 직역 의미와 숨은 의미가 다를 때가 있다. 남자가 여성에게 ‘You look healthy, I love your curves’(건강해 보이네요, 바디 라인도 좋고요)라고 말할 때 이를 칭찬으로 알아듣는 원어민은 거의 없다. 그것이 칭찬이든 comment이든 두 가지 의미로 해석되는 표현(back-handed comments)은 소통 과정에서 중요한 변수가 된다. 겉으로는 수동적이고(passive) 순응하는 것처럼 보여도 속으로는 반항 저항 거부(aggressive)한다는 뜻에서 passive-aggressive behavior라고도 불린다.
여성들이 듣기에 거북하거나 기분 나빴던 표현을 보자. ‘You’re a good driver for a woman’은 여성치고는 운전을 잘한다는 것으로 절반은 칭찬이고 절반은 여성 비하다. ‘She’s pretty for an Asian’의 속뜻도 아시아인이 대체로 예쁘지 않은데 그녀는 아시안 치고는 예쁘다는 것이므로 결코 칭찬이 아니다. ‘You look so great on Facebook’의 경우도 SNS에 올린 사진이 예쁘게 나왔다는 것일 뿐 실제 외모 칭찬이 아니다. ‘You have such a pretty face!’같은 말을 듣고 미국 여성들이 언짢아 하는 이유는 다른 곳은 별로라는 의미로 해석하기 때문이다. 한편 ‘I’m not mad’처럼 화난 자신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상대를 기분 상하게 하기도 한다. 의견을 묻는데 ‘I’m fine’ ‘It’s fine with me. Whatever’라고 한다면 무관심을 넘어 귀찮다거나 짜증을 내는 표현이다. ‘I thought you knew’(네가 알고 있는 줄 알았어)나 ‘Sure, I’d be happy to’도 진심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상대의 감정을 은근히 자극한다. ‘I was only joking’과 ‘Why are you getting so upset?’도 배려하지 않는 말투다. 이들 표현법의 공통점은 외견상 협조의 표현을 하되 속으로는 거부하는 것이다.
‘A: Jane, it’s time to go, we really should get going now. B: I just… well okay, I GUESS we can leave now’와 같은 경우도 있다. I guess 로 이어지는 말은 마지못해 따라가는 의미이기 때문에 A가 다시 ‘Do you want to stay?’라고 화내며 되묻게 된다. B 같은 경우 ‘You’re being passive aggressive’라는 말을 듣게 된다. 이렇게 꼬인 언행을 ‘손을 뒤로하고 건넨다’(back-handed)거나 ‘오른손보다는 왼손으로 건네는 성의 없는 것’(left-handed)으로 비유하기도 한다. 어느 한국인 유학생이 ‘You’re really cute for an Asian’이나 ‘You have really big eyes for an Asian’ 같은 말을 듣고 어떻게 반응해야 좋을지 몰랐다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외견상 칭찬 같지만 속뜻은 조롱이나 비하인 경우가 그만큼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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