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20대 총선에 적용할 선거구획정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예비후보들의 애간장이 녹고 있다. 여야 대표가 9일 정의화 국회의장을 만나 ‘4+4회동’에서 최종 담판을 짓기로 합의했지만 선거구가 처리 법정 시한인 13일까지 최종 확정될 것으로 기대하는 이들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현역 의원들과 달리 정치신인들은 “당장 다음달 15일 시작하는 예비후보 등록을 어디서 해야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시한에 쫓기듯 만나는 여야 지도부, 결과는 난망
여야는 이르면 10일 선거구 획정안을 다루기 위해 당 대표, 원내대표, 원내 수석부대표,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여야 간사 등이 만나는 ‘4+4 회동’을 벌이기로 했다. 여야는 정개특위 여야 간사가 만나 협상 관련 의제를 조율한 뒤, 접점을 찾으면 곧바로 회동을 진행할 계획이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9일 국회에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를 만나 중재한 결과다.
하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여야가 비례대표 수 축소(새누리당)와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새정치연합)를 마지노선으로 삼고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지역구 의석을 현행 246석에서 252석으로 늘리는 대신 비례대표를 6석 줄이는 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헌법재판소의 결정대로 인구수 배분을 할 경우 핵심 지지기반인 대구ㆍ경북(TK)에서 줄어들 농어촌 지역구 수가 다른 지역보다 크기 때문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야당은 그러나 공개적으로 비례대표 축소를 반대하면서 일부에서는 의원 정수(300석)를 늘려 농어촌 지역구도 살리고 비례대표도 최소 현상 유지를 하자는 의견까지 내고 있다. 새정치연합 핵심 관계자는 “새누리당이 권역별 비례대표 실시를 법제화하는데 동의하면 지역구 소폭 확대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국회 정개특위 위원장인 이병석 새누리당 의원이 ‘지역구 수 260석으로 확대, 연동형 비례대표 일부 수용’을 핵심으로 하는 중재안을 제시하며 극적 타결 가능성까지 나왔지만 끝내 무산됐다. 야당은 ‘권역별 비례대표’가 빠졌다며 반발했고 새누리당에서는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도입될 경우 TK와 부산ㆍ경남(PK)에서 크게 손해라는 점에서 역시 반대했다.
예비 후보들, “어디서 선거 운동 하나요”
선거구 협상이 지지부진할수록 예비 후보를 꿈꾸는 정치 신인들은 속이 타 들어가고 있다.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되는 다음달 15일까지 새 선거구가 확정되지 않으면 현행 선거구를 기준으로 예비 후보 등록을 해야 한다. 심지어 다음달 31일까지도 선거구가 확정되지 않으면 내년 1월 1일부터 예비 후보들은 신분을 잃을 수도 있다.
수도권 출마를 준비 중인 한 예비 후보는 “서로 다른 선거구인 A동과 B동이 합쳐지고, 같은 선거구인 B동과 C동이 쪼개지는 등 어느 때보다 선거구 조정의 경우의 수가 많은 상황”이라며 “조직과 인지도면에서 현역 의원에 밀리는 정치 신인들을 배려한다면 게임의 룰이라도 빨리 정해야 하지 않느냐”고 따졌다. 호남에서 출마를 준비 중인 또 다른 예비 후보는 “현역의원들이야 의정보고서 뿌리면 될 지 몰라도 정치 신인들은 발품과 명함 밖에 없다”며 “여야 막론하고 현역들의 암묵적 기득권 지키기가 선거구획정위원회도 무력화 시키더니 예비 후보들도 씨를 말리고 있다”고 말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이동현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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