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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의 길 위의 이야기] 스님의 손길

입력
2015.11.0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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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이 된 시인이 있다. 법명은 동명(東明). 속명은 굳이 밝히지 않겠다. 마흔을 훨씬 넘겨 입산했다. 원체 불교에 관심이 많고 인도 여행도 자주 하고 평소 성정도 해맑고 모나지 않은 이였다. 출가한다는 소식이 몇몇 신문에 기사로 뜨기도 했는데, 슬퍼하거나 당혹스러워한 시인들도 있지만, 의외로 나는 심상했다. 결국 그렇게 되는구나 싶었을 뿐이다. 이십 대 초반에 처음 만나 대작도 잦았다. 서른을 넘긴 이후론 ‘깨달음’에 대한 이야기를 종종 했다. 나로선 그게 굳이 머리 깎고 절에 들어가는 것으로만 귀결될 일은 아니라 여겼다. 진흙탕이라면 진흙을 온몸에 바르며 오체투지하는 것도 수도의 한 방법이라 생각했다. 섣부른 오만일 수 있지만, 생각이 크게 변한 건 없다. 그래도 스님의 선택엔 내가 모르는 동기가 더 많을 것이다. 작년 여름, 스님이 계신 절에 들른 적 있다. 다소곳하게 참외를 깎고 차를 우려내는 모습을 골똘히 바라봤었다. 새삼, 손이 참 곱다는 생각을 했다. 속기가 지워진 눈빛이 비 내린 산사의 나뭇잎들과 묘한 대칭으로 빛났다. 책장을 훑었다. 온갖 경전들이 빼곡했다. 시는 다시 안 쓰느냐는 질문에 “시를 살아야지”라 답했다. 뜬금없이 내게도 입산을 권했다. 찌들고 비틀린 눈 안의 검은 그늘을 부드러운 손길로 먼지 닦듯 훔쳐내는 품새였다. 입산이라. 글쎄요, 두상이 못나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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