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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해도... "아이 상처는 치유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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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해도... "아이 상처는 치유해야죠"

입력
2015.11.09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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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가정법원 면접교섭센터 ‘이음누리’ 내 관찰실에서 면접교섭위원들이 지난 4월 자녀들의 심리 상태와 행동을 일방거울(매직미러)과 PC 모니터로 관찰하는 모습.
서울가정법원 면접교섭센터 ‘이음누리’ 내 관찰실에서 면접교섭위원들이 지난 4월 자녀들의 심리 상태와 행동을 일방거울(매직미러)과 PC 모니터로 관찰하는 모습.

양육권 없는 육친과 미성년 자녀

‘이음누리’에서 만나게 해 줘

면접위원들에 부모교육 받으며

아빠 원망하던 아이와 관계 회복

“내 얼굴 쳐다보지마. 엄마를 힘들게 했잖아.”

열 살 은규(가명)군은 기다리던 아빠에게 퉁명스럽게 쏘아붙였다. 지난 6월, 서울가정법원 면접교섭센터 ‘이음누리’에서다. 은규는 두 살 때인 2007년 부모의 이혼으로 엄마 품에서 자라면서 아빠 A씨와 멀어졌다. 초등생이 되면서 가끔 아빠 집을 찾았지만 가슴에 생채기만 났다고 한다.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로 학교에서 교우 관계 등 문제를 겪던 은규는 아빠가 자신의 아픔을 헤아린 적이 없다고 여겼다. 게다가 A씨가 아이 문제를 엄마 탓으로 돌리며 양육권을 되찾겠다는 소송을 내면서 서로 다투는 걸 본 은규는 아빠 만나기를 더 기피하게 됐다.

법원이 틀어진 부자지간 화해에 나섰다. A씨가 낸 양육권 변경 청구 소송을 심리하면서 부자를 이음누리에서 만나도록 권한 것이다. 법원은 소송도 중요하지만 아빠와의 관계 단절이 아이 정서발달에 해로운 만큼 부자 관계 회복이 우선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송곳 같던 아들의 말에 할 말을 잃었던 A씨는 이후 이음누리의 면접위원들에게 부모교육을 받기 시작했다. 아들과의 약속 시간 20분 전에 가정법원에 도착해 대화법을 배웠다. 그러던 A씨는 아들이 이따금 자신의 집에서 본 어항 속 물고기들이 잘 있는지 물었던 것을 메모해 뒀다가 다시 만났을 때 비닐 봉지에 물고기들을 담아오며 진짜 아빠다운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러면서 은규는 원망을 차츰 털어냈고, 최근에는 아빠 입가에 묻은 크림빵 부스러기를 휴지로 닦아주기도 했다. 은규는 현재 학교 생활을 이전보다 잘 해나가고 있다는 게 법원의 얘기다.

지난해 11월 10일 서울가정법원 1층에 문을 연 면접교섭센터 ‘이음누리’가 이혼부부나 이혼 소송으로 양육권 다툼을 벌이는 부부들과 13세 미만 자녀를 만나게 해준 지 1년이 됐다. 9일 서울가정법원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이혼부부 등 총 55쌍이 면접교섭 신청을 했고, 이음누리 내 자녀와의 만남은 181차례 이뤄졌다. 비양육친이 1박 이상 자녀와 외출했다가 약속한 시간까지 법원에 도착해 자녀를 양육권자에게 인도하는 서비스도 7월부터 본격 이용되면서 현재 14건에 달한다. 이용자들은 상처 받은 자식의 정서 회복은 물론 때로는 부부관계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며 만족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이음누리는 상대 배우자의 폭력적 성향이나 돌발 행동 탓에 자식과의 만남을 기피하는 양육권자들의 불안을 해소하며 자녀와 비양육친의 만남을 보장하는 안전한 ‘중립지대’역할을 하고 있다.

6살 자녀를 키우는 이모씨는 지난 6~8월 전 아내가 이음누리에서 아이를 만나게 했다. 그는 “감정조절이 안 되는 전처가 갑자기 아이를 데리고 달아날 것”이라고 불안해하며 면접교섭을 취소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씨는 이음누리에서 보안요원이 아이를 지켜준다는 운영 방식에 관한 설명을 듣고 용기를 냈다. 또 이음누리에선 갈라선 부부가 입장하는 동선에서 서로 대면하지 않도록 설계돼 있다. 아이를 모처럼 본 엄마는 거듭 고마움을 표했다.

가정법원 관계자는 “이음누리는 이혼 후 부모와 자녀간 관계 회복에 도움이 되는 교육과 상담 프로그램을 제공한다”며 “이혼했더라도 미성년 자녀들의 건전한 성장을 위해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손현성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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