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 노인이 강제집행에 반발해 법원 사무실에 시너를 뿌리고 불을 붙인 사건이 9일 발생했다.
서울 서초경찰서와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30분쯤 김모(82)씨가 중앙지법 민사 4별관에 위치한 108호 민사집행과 사무실에 들어가 준비한 시너를 뿌리고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김씨는 미리 준비한 가방 속에서 병에 담긴 시너를 꺼내 뿌렸으나 다행히 대부분의 시너가 접수 데스크와 바닥에 묻어 직원들에게까지 직접 불길이 닿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씨는 바지에 불길이 옮겨 붙어 발목에 2도 화상을 입고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불은 금세 꺼졌으나 집행과 데스크가 검게 그을리면서 사무실과 인근 복도가 매캐한 연기에 휩싸였고 직원들은 늦은 오후까지 업무를 중단해야 했다.
김씨는 지난 5일 서울 관악구에 있는 자신의 집을 비운 사이 집행과 직원들이 명도집행을 강행한 것에 항의를 하기 위해 이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명도집행이란 임대차 계약이 종료 됐으나 임차인이 임대료를 내지 않고 점유하고 있을 경우 임대인이 소송을 통해 강제적으로 점유상태를 해제하는 것을 말한다.
법원 관계자는 “일부 목격자들에 따르면 김씨의 가방에 시너뿐만 아니라 부탄가스통도 함께 있었다고 하는데 사실로 확인될 경우 김씨가 명백한 가해 의도를 가지고 법원을 찾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경찰은 응급 치료가 끝나는 대로 김씨를 상대로 자세한 범행 경위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조원일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박주희기자 jxp93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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