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외국 브랜드 화장품의 국내 판매가격이 해외 선진국보다 최대 2.5배 가량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화장품 업체의 고가 정책으로 각종 자유무역협정(FTA)의 관세 철폐 효과가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게 소비자단체의 진단이다.
9일 한국소비자연맹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예산 지원을 받아 소비자 선호가 높은 화장품 54개 제품의 평균 국내외 가격을 비교한 결과, 모든 제품의 국내 판매가격이 해외 평균 판매가격보다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비교 대상국은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일본 5개국이다.
국내외 가격차가 가장 큰 제품은 라로슈포제의 ‘시카플라스트 밤 B5 100㎖’로 화장품ㆍ생활용품 매장(드럭스토어) 기준 국내 가격(2만9,904원)이 해외 가격(1만2,158원)의 2.46배에 달했다. 이 제품은 영국에서 1만1,150원에, 일본과 프랑스에서 각각 1만1,443원, 1만3,880원에 팔리고 있다. 버츠비의 ‘레몬 버터 큐티클 크림 17g’(2.21배)과 바이오더마의 ‘세비엄 엑스폴리에이팅 젤 100㎖’(1.97배)의 국내외 가격차도 2배 안팎에 달했다.
화장품의 국내외 가격차는 백화점보다 올리브영, 왓슨스 같은 화장품ㆍ생활용품 매장에서 더 두드러졌다. 소비자연맹에 따르면 백화점 판매 제품은 국내 가격이 해외 가격보다 제품별로 1.02~1.56배 비쌌지만 화장품ㆍ생활용품 매장에선 1.11~2.46배 비쌌다.
백화점 제품 가운데선 남성용 화장품의 가격 차이가 컸다. 가격 차이가 큰 상위 5개 제품 중 1, 2, 3, 5위가 남성용인데, 비오템옴므의 ‘옴므 폼 쉐이버 200㎖’는 국내 판매가가 3만6,000원으로 해외 가격(2만3,089원)보다 1.56배 비싸다.
소비자연맹은 고가 정책 때문에 화장품 가격에 거품이 끼었다고 보고 있다. 소비자연맹이 관세청 자료를 토대로 수입원가(관세ㆍ부가가치세 포함)와 소비자가격을 비교한 결과 백화점 판매제품의 경우 3.44~7.86배, 립스틱은 3.85~5.27배, 아이라이너는 3.63~6.45배 차이가 나는 것으로 추정됐다.
소비자연맹은 “비싼 것이 좋은 제품이라고 믿는 경향이 약해진 만큼, 화장품 제조ㆍ판매업체들이 고가 정책 보다는 합리적 가격 정책으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국내 유통채널 별로는 온라인 판매 가격(각 브랜드 공식 홈페이지 제외)이 오프라인 판매 가격보다 대체로 저렴했다. 백화점 판매 제품은 온라인이 3.33~9.63%, 화장품ㆍ생활용품 매장은 온라인이 0.63~27.55% 저렴했다.
세종=이성택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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