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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문화 달라도 한국식 구조조정은 통했다

입력
2015.11.09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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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보르하의 KDK오토모티브 공장 사출라인에서 현지 직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갑을상사그룹 제공
스페인 보르하의 KDK오토모티브 공장 사출라인에서 현지 직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갑을상사그룹 제공

1930년대부터 설립된 스페인과 체코의 소규모 공장들을 합쳐 2012년 출범한 독일의 자동차 부품업체 ICT는 그 해 매출 1억5,000만 유로(약 2,000억원)에 440만 유로(약 6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국내 자동차 부품기업 동국실업이 인수해 KDK오토모티브로 거듭난 2013년에는 단번에 36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지난해에는 흑자가 68억원으로 늘었고, 올해도 지난해 수준의 흑자가 기대되고 있다. 국내 기업이 적자에 허덕이던 독일의 부품업체를 인수해 알짜기업으로 탈바꿈시킨 흔치 않은 사례다.

9일 동국실업의 모체인 갑을상사그룹에 따르면 KDK오토모티브가 생산하는 자동차 센터콘솔 시스템과 내장재는 아우디, 폭스바겐, 스코다, 세아트, 오펠 등에 90% 이상 납품 중이다. 독일(2개) 스페인(1개) 체코(1개)의 공장들은 비용절감과 구조조정, 라인 증설 등을 거쳐 앞으로 6년간 생산할 물량까지 확보했다. 현재 2,000억원 대인 연 매출도 2018년에는 3,000억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지금까지 300억원을 투자한 동국실업은 설비 증설을 위해 200억원을 추가로 투자할 계획이다.

동국실업이 언어와 문화가 전혀 다르고, 적자투성이인 독일 부품업체를 인수한 것은 유럽 부품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의 ‘글로벌 인수합병(M&A) 지원센터’와 외환은행, 수출입은행이 동국실업의 업체 인수를 지원했다.

당시만 해도 독일의 부실 업체 인수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지배적이었지만 동국실업 관계자들은 공장에 상주하며 한국인 특유의 근면함과 끈끈함으로 1,200명에 달하는 현지 직원들과 성공적으로 융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근활 동국실업 대표이사는 “KDK오토모티브의 유럽시장 안착으로 안정적인 자동차 부품 납품 거점과 물량까지 확보했다”며 “앞으로 유럽의 선진기술을 도입해 해외 매출을 꾸준히 늘려가겠다”고 말했다.

김창훈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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